[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헌법재판소의 GS칼텍스 사건에 대한 재판 취소 결정을 막기 위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으로 압박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온 이재화 변호사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법원행정처 문건에 ‘GS칼텍스 사건 등 재판 취소를 결정할 경우 통진당 행정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묵시적 압박카드 활용’이라는 내용이 나온다”며 대법원이 당시 통진당 행정소송으로 헌재를 압박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6월 헌재는 대법원의 GS칼텍스 조세소송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대법원 판결이 권력 분립과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해 대법원은 헌재가 위헌결정한 사건에 대한 재심을 기각함으로써 헌재와의 힘겨루기를 보였다.
이후 헌재가 통진당 정당해산과 함께 국회의원직 상실을 결정했고,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의원직 확인을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국회의원직 확인소송 1심 결과를 ‘①각하→부적절 ②기각 ③인용 ④일부 인용(지역구), 일부 기각(비례대표)’으로 나눠 쟁점과 근거를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변호사는 “헌재와 대법원의 힘겨루기 관점에서 기본적으로 국회의원 지위상실 결정이 헌재 권한이라 하면 자신들의 권한이 약화된다고 봐서 그 부분은 배제한 것 같다”며 “기각 같은 경우 권한이 법원에 있지만 헌법 판결이 이미 결정된 걸 존중한다는 관점으로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인용과 일부 인용에 대해서는 “2가지 정치적 고려를 한 것 같다. 헌재가 실질적으로 위헌 결정과 관련해 재판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고 그 압박카드로 의원지위상실 결정한 부분을 경우에 따라 우리가 번복할 수 있다고 활용하려 했다”며 “재판을 질질 끌어 그 부분을 압박카드로 사용하려 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통진당 행정소송 검토' 문건에는 ‘행정소송에 대한 선고(법원의 입장 표명)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그 전에 선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GS칼텍스 등 재판소원 사건을 무마시킬 수 있는 카드로 활용 가능’이라며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이 법원에 계속 중이라는 카드를 쥐고 전략적 활용 방법이 모색가능하다’고 언급돼 있다.
2015년 1월 제기된 이 행정소송은 1심과 2심에서 각각 각하와 기각으로 판단됐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변호사는 또 “양승태 전 대법원장 관계자들의 이메일, 메신저 등이 계속 인멸될 가능성이 있어 검찰에 강제수사 개시를 강하게 요구했고, 관련자들의 즉각 출국금지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이재화 변호사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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