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됐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부실 사례가 추가로 드러났다. 사업의 수익률을 뻥튀기 하거나 무리한 지분 인수 등으로 해외자원개발의 총 손실액은 15조9000억원에 달했다.
박중구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해외자원개발 기관 3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3월부터 진행해 온 해외자원개발 자체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가스공사의 경우 셰일가스전을 개발하는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에서 자산가치를 크게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문사의 중간 평가액은 최대 3억9600만달러였지만 실제 자산 매입액은 5억6500만달러에 달했다. 또 지분 인수 과정이 단 7일 만에 결정됐고, 무리한 단독 추진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 사업은 투자심의위원회의 목표수익률인 15%를 실무부서 검토 없이 임의로 10%까지 낮추며 무리하게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당시 이라크 내전이 발생하는 중에도 기자재를 추가 발주하면서 투자비 1억3900만달러가 손실됐다.
석유공사는 캐나다 블랙골드 오일샌드 건설 당시 자산가치를 최대 3억8100만캐나다달러 과대 평가했다. 이와 함께 당초 일괄수주(턴키) 계약을 실비정산으로 변경하면서 실제 건설비가 3억1100만캐나다달러에서 7억3300만캐나다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시에는 자산가치를 최대 3억8100만캐나다달러 과대평가했고, 투자 수익율을 산정하면서 리스크위원회의 5.0% 평가를 매입비용을 조정하는 방식을 사용해 8.3%로 부풀려 이사회에 보고했다.
광물공사는 멕시코 볼레오,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칠레 산토도밍고 등 3개 사업에 대한 점검 결과 준비 부족과 무리한 운영권 인수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볼레오 사업은 경제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실제 광산 채광량이 예상 채광량의 8분의 1 수준에 그쳤고, 무리한 경영권 인수로 8억달러의 채무가 발생했다. 암바토비와 산토도밍고 사업도 무리한 인수를 진행하면서 수억달러의 투자비 손실을 가져왔다.
자원 개발 3사는 해외자원개발 당시 총 51개국 169개 사업에 총 41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회수액은 14조5000억원에 불과했고, 손실액은 15조9000억원, 부채는 51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자체점검 결과에 대해 3개 기관은 수사기관 자료제출, 자체감사 추진, 손해배상 검토 등 후속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혁신 TF는 과거 대규모로 투자된 사업들의 회수 여부가 불투명하며 그간 자원개발 기관들이 추진해 온 구조조정 노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하며 고강도 구조조정 전에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권고했다.
박중구 해외자원개발 혁신 TF 위원장(서울과기대 교수)은 "공기업들은 부실 정리를 위한 정부 재정지원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뼈를 깎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결정된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공단의 통폐합 외에 인위적인 기관 통폐합 방안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지금은 기관별 구조조정에 따른 경영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에 대해서는 외형보다는 내실에 집중하는 역량 확충, 수익성 있는 사업 선택과 집중 등의 방식으로 제6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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