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자기 수행비서를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선고가 오는 8월14일 내려진다. 지난 6월15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 뒤 두 달 만이다.
안 전 지사 운명은 재판부가 위력 행사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와 피해자 김지은씨의 상하 관계를 볼 때 위력 행사 범위를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과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 등 법조계 의견이 나뉜다.
검찰과 안 전 지사 측은 지난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안 전 지사의 위력 행사 여부를 놓고 끝까지 치열하게 맞붙었다.
이날 직접 법정에 나온 김씨는 법정에 직접 나와 대선 후보로 추앙받던 안 전 지사가 그 지위를 이용해 자신을 강압적으로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 사건의 본질은 안 전 지사가 자기 권력과 힘을 이용해 제 의사를 무시한 채 성폭행했다는 것으로 지사와 수행비서의 힘의 차이에서 오는 강압, 압박, 권력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한 성폭행"이라고 강변했다. 또 "안 전 지사는 남녀 간의 애정을 기반으로 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연애고 사랑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안 전 지사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반면 안 전 지사는 "모든 분께 미안하다. 저를 사랑하고 지지하신 분들께 실망을 드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면서도 "이거 하나만큼은 꼭 말하고 싶다. 제 지위를 가지고 위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 어떻게 지위를 가지고 한 사람의 인권을 빼앗나. 진실은 진실대로 판단해 달라. 사회·도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다만 법적 책임은 잘 판단해주시길 바란다"며 김씨 주장을 일축했다.
둘의 치열한 공방은 안 전 지사가 폭행이나 협박에 의한 강간 혐의가 아니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피감독자 간음 등으로 기소된 것에 기인한다. 피감독자 간음죄는 폭행과 협박 등 강제성이 없어도 우월한 지위나 기타 위력을 사용해 간음했다면 유죄가 인정된다. 대법원은 이 위력에 대해 유·무형적으로 구분하지 않았고 정치적 지위나 권세 등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상하 관계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 특성상 공판 진행 중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판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호감이 있었는지 없는지는 업무상 위력과 다르다. 안 전 지사가 윗사람이었고 김씨 생사를 어느 정도 쥐고 있었다는 점에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명확하다"며 "피감독자 간음은 완전히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동의는 했는데 동의 자체에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 하자가 있는지는 두 사람 관계로 판단할 수 있는데 두 사람은 도지사·수행비서 구분이 명확한 관계였다"고 해석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첫 번째 간음이 있고 두 번째 간음까지의 기간 등을 어떻게 판단할지 중요하다. 특히 결정적인 단서가 될 성관계 직후 둘이 주고받은 문자 등이 있는지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그래도 적어도 유죄가 인정될 확률이 커 보인다. 검찰보다 안 전 지사 변호인 쪽에서 더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또 다른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법리보다 사실관계가 더 인정되는 측면이 있는데, 둘의 위력 관계가 존중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재판부가 예전처럼 폭력·협박만을 위력으로 인정할 게 아니라 좀 더 세밀히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반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성 문제에 밝은 한 여성 변호사는 "안 전 지사의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 측에 유리한 증거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여성·아동사건을 많이 다룬 또 다른 여성 변호사도 "처음 피해를 당한 뒤 두 번째 피해가 있기 전까지 일을 그만 두지 못했던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김씨는 그게 보이지 않는다. 법원에서 증거를 가지고 판단하겠지만, 그 증거라는 게 확실히 드러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형사 전문인 한 중견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속단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안 전 지사의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피감독자 간음죄는 유죄 인정 시 3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되는 강간죄와 달리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검찰은 이날 "유력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안 전 지사가 김씨와 불안정한 위치를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김씨의 일관된 진술 등 범죄혐의에 대해 충분히 입증됐다"며 징역 4년 및 성교육프로그램 이수 명령, 신상공개·고지명령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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