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196개 문건 공개…대법, 국회·언론 상대 공작
숙원사업 '상고법원 추진' 위해 국회·언론 등 상대 "전방위 로비·압박"
2018-07-31 15:22:34 2018-07-31 15:42:5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추진을 위해 국회는 물론 언론까지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로비·압박 등을 벌인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오후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조사한 410개 문건 중 애초 사법부 전산망에 올리지 않았던 양승태 사법부 당시 미공개 문건 228개 중 중복되는 32개를 제외한 196개 문건을 공개했다. 앞서 98개 문건 공개 당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KTX 승무원·원세훈 전 국정원장·통상임금·국공립대학 기성회비 반환 사건 등 관련 양승태 사법부의 개입 의혹을 뛰어넘어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문건을 공개하며 "국민들의 공개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주요 문건들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다시는 이와 같은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인한 '국민을 위한 재판'에 역행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겸허한 자세로 재판을 통해 정의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원행정처는 개시된 일련의 형사사법절차를 통해 이번 사태의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관련 법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 수사과정에서 발견되는 중대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에 관해서는 관련자에 대한 징계절차,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충실히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 추가 공개된 문건을 보면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국회·언론·변호사 단체를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벌인 정황이 그대로 나온다.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국회의원들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 전략', '이정현 의원님 면담결과 보고', '상고법원 법률안 11월 국회 통과 전략', '법사위원 접촉일정 현황', '의원별 대응전략', '상고법원 관련 야당 대응전략', '이춘석 의원 만찬 면담 결과보고' 문건 등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에 키를 쥔 국회의원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언론도 이용했다. '상고법원 기고문 조선일보버전', '조선일보 홍보전략', '조선일보 방문설명자료', 조선일보 보도 요청사항', '조선일보 첩보보고','신문방송 홍보2(종편 지역지)+2' 문건 등을 보면 언론을 거쳐 상고법원 도입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다. 
 
대한변호사협회·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일부 관계자들이 검찰 참고인 조사 후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일부 폭로한 것과 관련해 이를 증명하는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드러났다. 이번에 공개된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민변 대응전략'. '대한변협회장 관련 대응방안', '대한변협 대응방안검토','상고법원 입법추진 관련 민변 대응전략' 문건 등은 '사찰당했다'는 민변 주장을 그대로 뒷받침한다.
 
앞서 특별조사단은 지난 5월25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410개 파일 제목을 공개했으나 원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달 5일 자체 조사한 410건 중 일부인 98건을 사법부 전산망에 공개하며 원 전 원장·KTX 승무원·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으나 84개는 중복을 이유로, 228개는 사법행정권 남용과 크게 관련 없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언론 보도를 거쳐 대한변협과 민변 압박과 우호 여론 조성을 위해 특정 언론사를 활용하려 한 정황 등이 추가로 드러나며 문건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3일 전국 각급 법원 대표 판사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회의를 열고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문건 410개 중 미공개된 228개의 문건을 전체 공개하라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요구했고 그제서야 법원행정처는 뒤늦게 문건 전체 공개를 결정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USB 등을 통해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 민사소송·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재판·강제징용 피해자 재판·판사 해외 공관 파견 거래 개입 의혹·부산지역 판사 비위 은폐 관련 문건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에 이와 관련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고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되며 수사에 난항을 빚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 중 비공개됐던 문건들을 공개했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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