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올해 국내 뷰티업계의 화두는 아시아 편중에서 벗어난 시장다변화다. K뷰티 대표주자로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이 특히 뼈아팠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각오는 남다르다. 서경배 회장은 올해 호주, 미국, 일본, 중동 등으로 '글로벌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9월 뷰티 강국인 프랑스 파리에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Sulwhasoo)'의 첫 단독매장을 열며 유럽에 첫발을 디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톱4와 인접한 파리 설화수 매장. 사진/김보선 기자
본지가 지난 1일(현지시간) 찾은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중국, 중동지역 고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한국 못지 않은 기록적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이지만, 파리 최대 백화점이자 '뷰티의 성지'로 불리는 갤러리 라파예트는 여름 성수기 분위기가 여전하다. 파리점은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백화점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마켓이다.
설화수는 글로벌 뷰티브랜드가 한 데 모인 백화점 1층에 있다. 설화수는 한국 첫 단독매장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뷰티 톱 4브랜드인 '겔랑', '랑콤', '디올', '샤넬' 바로 옆자리를 꿰차며 고객 유입이 쉽도록 했다. 라파예트는 시그니처인 돔 형상의 '꾸뽈(coupole)' 아래에 메인브랜드를 배치시킨다.
알렉스 리(Alexandre Li) 설화수 프랑스 세일즈&마케팅 매니저는 "프랑스에서 K뷰티와 함께 자연주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럭셔리 라인인 설화수는 이미 이슈화된 K뷰티 중에서도 고객 포지셔닝에 확실한 차별을 둘 수 있는 브랜드로서 의미있게 내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프랑스 현지 브랜드의 위상이 확실한 상황에서 설화수는 라파예트의 트렌드세터(유행 선도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프랑스에서 K뷰티는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세포라(Sephora)에는 한국브랜드만 모은 '코리안 하우스(Korean House)'라는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다. 세포라는 프랑스의 대표 화장품 전문 매장으로 글로벌 최대 화장품 편집숍이다.
유럽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유럽의 연간 화장품시장은 770억유로(2016년 기준)로 미국, 일본, 중국을 크게 웃돈다. 특히 유럽의 화장품 수입시장에서 한국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에는 일본을 제치고 5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설화수의 파리매장은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시장으로 진출을 확대를 결정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최대 뷰티편집숍인 세포라(Sephora)에는 한국브랜드만 모은 '코리안 하우스(Korean House)'라는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사진은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맞은편에 있는 세포라 매장. 사진/김보선 기자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파리에서 설화수의 일부 라인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데, 색조라인으로 시장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1년 사이 에센셜(윤조에센스), 프리미엄(자음생크림), 옵션(마스크), 클렌징라인에 이어 지난달 자정(미백)라인까지 출시를 확대했다. 알렉스 매니저는 "색조부문에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징인 쿠션을 선보이고 있는데 립세럼, 블러셔, 메이크업베이스 등 색조 라인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파예트는 해외 관광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중국인이 70~80% 비중으로 가장 많으며, 최근에는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중동지역 고객도 많이 유입된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호우민(Hou Min)씨는 "중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뷰티쪽에서 근무하고 있어 설화수에 익숙하다"며 "제품의 텍스처(질감)와 향이 자연적인 게 장점이라 관심이 있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은 프랑스에서 한방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매장 내 카운슬링에 주력했다. 한방 원료를 기초로 한 효능, 재배의 어려움, 기술력 등 브랜드 스토리를 최대한 전달하겠다는 의지에서다. 매장 왼쪽에 프리미엄 라인인 '자음생크림'의 원료인 인삼에 대한 설명존, 오른쪽에 에센셜 라인인 '윤조에센스'의 5가지 원료를 설명하는 자음단존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음차례로는 온라인 시장을 보고 있다. 이는 프랑스 현지 고객의 재방문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파리 '단독숍'이라는 상징이 있는 만큼 추가매장 확보에 당장 속도를 내기 보다는 온라인까지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라파예트닷컴을 통한 마케팅으로 현지 고객 유입을 늘리겠다는 게 설화수의 구상이다.
설화수는 파리 내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매장 내 카운슬링에 주력했다. 매장 왼쪽에 프리미엄 라인인 '자음생크림'의 원료인 인삼에 대한 설명존, 오른쪽에 에센셜 라인인 '윤조에센스'의 5가지 원료를 설명하는 자음단존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진/김보선 기자
파리=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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