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건설산업 혁신 노사정 선언을 통해 공공공사의 적정공사비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내달부터 세부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다만 적정공사비 확대로 늘어나는 공사비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선 노사 간 입장이 달라 향후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사들은 시공 품질을 높이고 건설사 적자 사업성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자들은 하도급 저임금 문제를 우선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인천 남동구 건설기술교육원에서 열린 '건설 산업 혁신 노사정 선언문 서명식'에 참석해 진병준 한국노총 건설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홍순관 민주노총 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권한대행,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과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추진되는 적정공사비 책정은 향후 노사 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사가 그간 공공공사의 적정공사비가 부족했다는 점에선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늘어나는 공사비를 어떻게 배정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공공공사의 공사비가 확보됨에 따라 시공품질 제고와 적자 사업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건설사들은 실행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공공공사 공사비에 대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준공된 공공공사의 실행률 조사 결과, 129건 중 48건(37.2%)의 준공 실행이 순공사원가 기준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사들은 실제 시공 단가보다 낮은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표준시장단가는 시공 단가보다 9.0~14.6%가 감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며 건설사들은 낮은 공사비를 감당하기 위해 품질 저하와 적자 기업 도산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적정공사비가 확대되면 품질 제고를 비롯, 적자 업황을 개선시키는데 공사비를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민간공사만 보고 주택 경기가 좋아 보이지만 공공공사에서 손해를 보고 민간공사에서 손해를 보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공사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마이너스 이익을 보지만 다음번 공공공사에 입찰을 목표로 실적을 쌓기 위해 손실을 감수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치 못한 공기 연장 역시 벌어지는데 국토부에서 공기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공기 연장으로 인한 공사비 조정이 반영되지 않아 소송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건설 노동자들은 적정공사비의 확대를 통해 임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개 공공공사 공사비가 줄어들면 다단계 하청업체의 마지막 단계에 위치한 노동자에게 부담이 쏠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적은 공사비로 최대한 이윤을 남기기 위해 건설사들은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동시에 적은 비용으로 공사를 끝내기 위해 안전에 소홀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 비조합원 노동자들은 공사비가 삭감되면 처음보다 적은 인건비를 받게 된다"며 "적정공사비가 확대되면 인건비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 관리비도 보통 실제 비용으로 쓰는 것보다 유용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안전 펜스나 안전 장치 등을 설치하지 않은 채 문서로만 작성해놓고 실제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건설사와 노동자가의 이견이 첨예해 적정공사비 확대를 둘러싼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에 적정공사비 확대가 정착이 되려면 많은 논의와 교섭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선언은 의미가 있지만 정기적인 회의를 통한 합의를 이어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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