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렌식 도입으로 투명한 사회 만들기에 일조"
(스타트업리포트)최운영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 대표
"원본성·재현성·공인프로그램·전문수사경험 갖춰야 디지털포렌식 가능"
"사회경제 취약층 위한 서비스 제공에도 힘쓸 것"
2018-08-09 06:00:00 2018-08-09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디지털포렌식 솔루션을 산업 각 분야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공공기관장이나 고위공직자들의 비위를 줄이기 위해 관련 자료를 디지털 포렌식을 활용해 3~5년 단위로 보존할 수 있는 솔루션도 개발을 마쳤습니다.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을 하는, 사회에 꼭 필요한 회사가 되겠습니다."(최운영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 대표)
 
디지털포렌식은 PC, 서버, 휴대폰 등 디지털 매체에 기억된 전자적 정보를 수집·보존·분석해 관련 정보를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는 절차를 말한다. 2016년 10월 설립된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는 디지털포렌식 솔루션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경찰청 디지털포렌식 수사관으로 20년 동안 일한 최운영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 대표는 "디지털 증거의 원본성과 재현성을 확보해 신뢰성을 담보하는 부분이 단순 복구와 다른 디지털포렌식의 필수 요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유의미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는 수사관 출신의 전문 인력들로 구성돼있다. 시중의 데이터 복구업체들은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포렌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본격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순실씨의 태블릿PC에 대해 디지털포렌식으로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고 다양한 분석을 통해 이 태블릿PC가 최씨의 것이라는 보도가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디지털 증거법이 체계화되기 전에는 종이로 된 문서만 증거로 인정됐을 뿐 디지털 증거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2016년 5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디지털 증거가 소송법에 명시된 이후 디지털포렌식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 대표는 디지털포렌식의 활용도가 점차 넓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청에 접수되는 한 해 수사 건수만 연간 180만건가량인데, 현재 경찰청 내에서 디지털포렌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연간 3만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설명이다. 민간 쪽과의 협업이 중요한 이유다. 소송시장뿐만 아니라 기업 영업비밀 침해, 보험사기 등 관련 시장에서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디지털포렌식의 활동 영역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최 대표는 디지털 포렌식이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소송 등에서 사회경제적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도록 대한법률구조공단 등과 서비스 협업을 늘려나가는 것도 그 이유다. 최 대표는 "각 산업 분야에 디지털 포렌식이 폭 넓게 활용돼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사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운영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 대표. 사진=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
 
창업을 결심 계기는.
 
사이버 디지털포렌식 분야에서 20년 동안 일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관으로도 일했다. 먼저 포렌식은 전통적 과학수사를 말한다. 지문감정, 부검, 혈흔감식 등이다. 디지털 매체로 대상이 바뀌면서 디지털포렌식으로 명명됐다. 과학수사, 증거재판주의, 디지털 환경 발전으로 모든 증거들이 디지털 매체 안에 들어오게 됐다. 현재 검찰, 경찰 수사에서는 압수수색, 조사 등에서 디지털포렌식이 기본이다. 디지털포렌식을 하지 않으면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혀낼 수 없다. 공공 쪽에서는 디지털포렌식을 활용하는데, 민간 쪽에서는 경험자가 없으니까 그동안 활용하지 못했다. 민간 쪽에서 포렌식을 활용하려면 수사기관 등에서 일했던 경험이 중요하다. 20년 간의 경찰청 사이버수사팀, 사이버 선거범죄 대응팀에서 디지털포렌식팀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창업의 자산이 됐다. 최근 범죄수사나 민사, 형사 소송에서 디지털 데이터의 증거분석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사업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다.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
 
민간 쪽에서 왜 디지털포렌식이 필요한가.
 
민간 쪽에도 수사와 연계된 부분이 있다. 소송시장이다. 법정에서 방어권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어떤 자료를 압수했는지 알아야 변호사들이 변론을 잘 할 수 있다. 포렌식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변론을 잘할 수 없다. 로펌 쪽에서 수요가 많은 이유다.
 
기업에도 분쟁해결을 위해 디지털포렌식이 활용된다. 기업 대표가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이 직원 관련 노무소송이다. 기술유출도 많다. 예전에는 문서로 진행됐지만 지금은 사용자가 썼던 컴퓨터 등 객관적 자료가 과학적 증거로 많이 쓰이고 있다. 2015년 형사소송법도 바뀌었다. 증거 관련 내용이 법에 명시됐다. 형사소송법 313조가 개정되기 전에는 전문법칙을 적용받았다. 전문법칙은 전해들은 내용을 문서화한 것인데, 공판정에서 자신이 인정해야 증거로 인정된다. 부인해버리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부분을 디지털포렌식으로 해결했다. 법정에서 부인해도 문서가 아닌 디지털포렌식이라 증거능력이 생기게끔 했다. 더 강력한 수사도구가 된 것이다. 회사 내부에서 기술유출, 영업비밀 유출 관련해서 의뢰가 많다. 기업 사활과 관련돼 있는 문제다. 노조원들의 경영진 메일 해킹 문제도 있고, 횡령·배임 문제, 기업 간 소송 등 다방면에서 디지털포렌식 수요가 있다.
 
민간 쪽에서는 디지털포렌식이 완전히 새로운 수사기법인 건가.
 
기존 민간 쪽에 디지털포렌식과 유사한 게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복구회사가 있다. 유의할 부분은 단순 복구회사라는 점이다. 디지털포렌식과 단순 복구는 다르다. 복구는 프로그램을 써서 대상을 살려내면 끝이다. 디지털포렌식은 복구 이전에 증거가 수정·조작되지 않도록 원본성을 지켜야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디지털 증거는 점만 찍어도 바뀐다. 애초부터 수정·조작이 안 되도록 조치한 다음 유의미한 증거를 찾아내는 게 포렌식이다. 수정·조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를 '이미징'이라고 한다. 유의미한 증거를 찾아내려면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더해져야 한다. 전문 수사경험이 중요한 이유다. 
 
재현성도 포렌식과 단순 복구가 다른 부분이다. 재현성은 상대편도 같은 환경에서 분석을 했을 때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 복구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경찰, 검찰에서 쓰는 분석 도구와 같은 것을 쓴다. 재현하기도 용이하고 공인된 분석 프로그램을 써야 인정받을 수 있다. 공공 분야에서 수십년 간 발전해온 수사 기관 프로세스가 가장 합리적인 게 사실이다.
 
비즈니스 영역은.
 
소송시장은 기본이다. 기업 쪽에는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 사건과 연관돼있는데, 회계감사 문제다. 회계사들이 구속되기도 했는데, 문서를 기반으로 한 회계감사는 사실 회계법인 쪽에 부담이 된다. 회계감사도 디지털포렌식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제화가 돼야 한다. 기존 방식은 자료를 문서로 받아서 회계감사가 이뤄진다. 자료가 (기업 쪽에 유리하도록) 왜곡돼서 오는 경우가 많다. 전산에 있는 자료를 감사하게 되면 회계사가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회계감사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 회계감사가 기업 투명성 제고가 목적이라면 디지털포렌식으로 가는 게 맞다. 기존 방식은 회계감사가 의뢰인 쪽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험사기시장이 1년에 4조5000억원, 이 시장 중에 7000억원 정도만 적발된다고 한다. 나머지는 보험사기 조사를 제대로 못한다. 고스란히 보험 가입자에게 비용으로 전가된다.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건을 디지털포렌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화재 사고의 경우 보험금 액수가 큰 데, 일부러 화재를 냈을 경우 경찰 수사와 별개로 CCTV 분석 등을 통한 디지털포렌식으로 적발할 수 있다.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사회경제 취약층을 위해 디지털포렌식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
 
시장 확장성은.
 
디지털포렌식은 결국 데이터 마이닝이다. 계측기 프로그램 이상으로 비용이 나간다는 의뢰인이 있었다. 우리는 기계 내부에 있는 데이터를 분석한다.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비트코인 채굴기 시스템의 이상 여부도 확인하는 일을 요청받는다. 이런 일도 디지털포렌식과 연관돼 있다. 데이터 마이닝 쪽으로 확장성이 있는 분야다. 자율주행, 드론 활성화도 디지털포렌식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자율주행 시대에 차량 사고가 일어나면 사고 입증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차량 내부의 시스템을 분석해 디지털 자료를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디지털포렌식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적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품들도 결국 서비스가 잘 돼야 잘 판매된다. 그러나 기기 오류, 사고의 경우 원인을 분석하는 파트너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이 분야를 디지털포렌식이 맡을 수 있다.
 
향후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전국으로 지사를 세울 계획이다. 수사기관에 종사했던 유능한 분들을 모셔와 협력할 생각이다. 수사관 출신의 실버 인력을 고용해서 그들의 능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이라 영리도 중요하겠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게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실제 돈이 없어서 포렌식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 경찰청 등과 협력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산업 전 분야에 걸쳐 디지털포렌식 솔루션을 공급하고 싶다.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청와대가 자료를 쥐고 자신들의 비위를 감추는 데 썼다. 이처럼 공직자나, 공공기관장들의 비위나 부조리에 대해서 자료가 보존이 잘 안 된다. 향후에라도 사실관계를 밝히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우리는 공공기관 쪽에서 자료를 3~5년 단위로 보존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입법화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데 일조하고 싶다. 회사가 설립한 비전이기도 하다. 사회를 위해 빛과 소금 같은 구실을 하는 회사를 꿈꾼다. 디지털포렌식이 산업 각 분야에 보편화되면 논쟁이 생길 여지가 적고 사회가 투명해진다.
 
최운영 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 대표는 산업 각 분야에 디지털포렌식 솔루션이 도입되면 더 투명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국디지털포렌식센터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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