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법원과 자료제출 대상과 방법을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진실 규명을 위해 객관적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지만, 법원은 고영한 대법관의 하드디스크 속 파일 등 일부 자료를 줄 수 없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 주말인 8일에도 하드디스크 이미징과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애초 검찰이 대검찰청 '포렌식센터'에서 (작업을) 하자고 했는데, 법원이 대법원 청사 내 사무실에서 하길 원했다"며 "대법원이 협조하는 입장에서 (의사를) 존중하지만, 굉장히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하드디스크 제공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던 고영한 현 대법관의 하드디스크와 업무용 이메일, 메신저, 추진비 카드 등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영장 없이는 주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협조해주는 자료 최대한을 받아보고 적절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법을 배제한다고 볼 수 없다"며 향후 강제수사에 돌입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현직 대법관에 대한 자료 제출은 거부하고 있는 법원 측은 "임의제출 요구 자료에 대해 제출할 수 있는 것은 제출하고, 현 상태에서 제출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설명하는 식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관 하드디스크 보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29일 퇴임한 김용덕, 박보영 전 대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보존된 것과 마찬가지로 추후 퇴임하는 대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도 폐기 등의 조치 없이 상당한 기간 보존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법원에 핵심 관련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원본 등을 요청했으나, 지난달 26일 법원은 410개 문건파일만 선별해 검찰에 제출했다. 제기된 의혹과 관련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 등의 이유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하드디스크 원본이 필요하다는 재차 밝혔으며, 두 기관은 협의를 통해 수사에 필요한 하드디스크에 대한 이미징 등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법원이 제출한 410개의 문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행정처가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사찰하고 압박한 정황을 포착한 부분도 들여다보고 있다.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한 하 전 회장의 건물 등 개인 재산 현황을 알아보거나 법원 전산시스템을 통해 과거 수임 내역을 모은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검찰은 직권남용이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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