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이 9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모씨의 대질조사를 진행하는 등 사실관계 확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검팀은 추가로 소환하지 않고, 사실상 이날로 김경수 지사에 대한 조사를 끝낼 방침이다.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드루킹의 진술 내용과 김경수 지사의 진술 내용이 다른 점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대질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에 대해 질문하지 못한 사항이 많다"며 "수사 검사가 김 지사에게 질문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드루킹과 대질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급적 이번 조사를 끝으로 김 지사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김 지사를 김씨 등이 댓글을 조작한 사건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씨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 회원들과 공모해 네이버 아이디와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등을 사용해 기사 댓글에 공감 또는 비공감을 클릭하는 등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씨는 2016년 11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에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 김 지사에게 경공모의 또 다른 핵심 회원 도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인사 청탁한 것이 무산된 이후 김 지사가 지방선거를 돕는 대가로 센다이 총영사를 역으로 제안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김 지사와 김씨의 대질조사를 통해 '킹크랩' 시연과 인사 청탁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대질조사를 위해 이날 오후 1시42분쯤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지사를 조사한 이후 송인배 정무비서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소환도 검토할 예정이다. 박 특검보는 "소환 방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수사 기간 종료 시한이 보름 정도 남았으므로 빨리 판단한 후 조율해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김씨를 4차례 만났으며, 이러한 사실을 청와대에 알려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 백 비서관은 오사카 총영사 자리와 관련해 올해 3월 도 변호사를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26분쯤 출석해 특검 사무실 앞 포토라인에 서서 "충실히 조사에 협조하고, 당당히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하루속히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그렇지만 본분을 벗어난 수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충실히 조사에 협조한 만큼 신속히 경남 도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다시 한번 정치 특검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되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지사는 대선 캠프 내 전문가를 제치고 드루킹에게 자문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는 취재진에게는 "국민에게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센다이 총영사 자리 등을 드루킹 측에 왜 제안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제안한 적 없다"고 잘라 말한 후 조사실로 향했다.
댓글조작 의혹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이날 '드루킹' 김모씨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대면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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