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갤럭시노트 컨셉의 시작은 아날로그였다.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대표하는 'S펜'은 초기 아날로그 감성을 재현한 필기구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9의 S펜은 스마트기기에 가까웠다. 날카로운 펜촉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샤프로 필기하듯 쓱쓱 기록하는 재미는 친구들과 공책 가장자리에 낙서를 하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여기에 더해 저전력 블루투스(근거리 무선 통신)가 탑재돼 마치 리모컨과 같이 S펜의 쓰임이 확장됐다. 손가락으로 S펜 안쪽 버튼을 톡톡 누르는 동작 하나로 스마트폰의 일부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왼쪽)갤럭시노트9의 메모 기능과 S펜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지은기자
S펜의 가장 유용한 용도는 사진 촬영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피사체를 맞추고 원격으로 S펜을 길게 누르면 카메라가 실행된다. 이 상태에서 버튼을 한번 누르면 촬영이 되고, 두 번 누르면 전후로 카메라를 전환하거나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다. 특히 셀카를 찍을 때 한쪽 팔을 길게 뻗을 필요 없이 손에 쥔 S펜만으로 촬영이 가능했다. 평소 사진을 찍을 때 촬영버튼을 누르는 도중 화면이 흔들리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S펜으로 방지가 가능했다. 셀카봉이나 블루투스 리모컨이 필요 없어 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최대 10m의 간격에서도 S펜이 작동해 여러 사람이 함께 찍을 때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음악을 들을 때도 S펜 버튼을 누르니 재생, 일시 정지, 다음 곡 선택이 가능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궁극의 컨트롤(Ultimate control)이 가능한 S펜이라고 칭했다. 외형은 전작을 닮았지만 기능이 추가돼 한단계 진화한 셈이다.
S펜의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여전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갤럭시노트9에 처음 추가된 S펜의 펜업(PEN UP) 기능이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노트창에 띄우고, 그 위에 그림을 덧입힐 수 있는 기능이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하나 골라 불투명도를 조절한 후 외곽 테두리를 따라 그리고, 색을 입히면 그럴듯한 스케치 느낌이 난다. 셀카 사진으로 나만의 캐리커처도 만들 수 있다. AR 이모지에 손글씨를 적을 수 있는 것도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유용했다. 주로 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의 단문 대신 표정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펜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그림을 그려보았다. 사진/이지은기자
전체적 디자인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인 사각 조형의 모습이었다. 크고 넓적하지만 앞·뒷면은 유리가 반짝거리고, 옆면은 무광처리 돼 군더더기 없었다. 호불호가 갈릴 일이 없는 듯 보이지만, 달리 말하면 디자인적으로 큰 차별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기의 그립감은 좋았다. 다만 손이 작은 사람의 경우 한 손으로 쥐기에 버거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이 6.4형(인치)으로 전작 대비 0.1형 커지고 배터리 용량이 3300mAh에서 4000mAh로 대폭 늘어나면서 무게는 201g으로 6g 늘어난 것이 이유다. 물론 배터리 용량이 커진 만큼 배터리 닳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점은 강점이다. 제품 완충 후 하루 동안 사진을 찍고, 동영상도 보고, S펜으로 그림도 그렸지만 배터리 용량이 절반 이상 남아있었다. 커진 화면 덕에 동영상 시청 몰입감도 괜찮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아이폰X이 고급 세단이라면 갤럭시노트9을 사용하는 것은 우주선을 모는 것과 같다는 호평을 내놨다. 하드웨어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스마트폰이라는 찬사도 나온다. 이와 달리 일각에서는 혁신의 한계라는 평가도 있다.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새로움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갤럭시노트9은 생활 속 편의를 높여주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재미있고, 편리한 손안의 동반자로 진화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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