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정경부 기자
“들판에 내쫓겼으면 들판에 맞는 생존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과거 집권당으로서 안락함과 타성에 젖어 있다.” “황량하고 거친 들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야당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을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경기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연찬회에서 한 발언이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 중 유독 ‘들판’이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들판에 내쫓긴 야당인 만큼 야성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다가올 9월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대여 투쟁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의 연찬회 발언에선 이런 내용도 나온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양아치 건달들이 모여서 나쁜 짓을 하는데 그중에 하나는 집중해서 한 놈만 패자는 얘기를 한다. 끝장을 보여준 이 투지는 사실상 야당으로서 가장 무서운 무기다.” “한 놈만 패자”를 유독 강조한 그의 발언은 “동네 조폭, 들개, 건달이 되자는 것은 아니지만, 끝장을 볼 수 있는 야당의 무서움으로 정기국회를 맞이하자”로 이어졌다. 이 또한 강한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발언이었을까.
김 원내대표가 배포한 소책자에는 평소 즐겨 쓰는 ‘들개’와 함께 “한 놈만 패는”과 엇비슷한 뉘앙스의 ‘조준사격’, ‘난사’, ‘카운터펀치’, ‘잽’ 등 얼핏 전투 교본, 복싱 훈련장에서 나올 만한, 공격성이 비치는 언어들이 난무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에 대항하기 위해 “한 놈만 패는”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쉽게 직설적으로 설명하고자 했을 것이다. 헌데 꼭 그런 표현을 써야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사실 김 원내대표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몇 번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31일 임태훈 군인권센터장 소장을 겨냥해 한 발언이다. “임태훈 소장이라는 분은 성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고 있는 자다”, “그런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점은 어불성설이다”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들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공당 대표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힘든 인권 감수성과 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김 원내대표의 “한 놈만 팬다”의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당 지지율과 흉흉한 민심을 극복하기 위한 다급함의 차원으로 이해해야 할까. ‘정치 언어가 바뀌어야 한다’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호소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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