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지하철 무임카드를 이용하는 100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은 본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연령대가 무료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우대용 교통카드(무임카드)의 부정사용 단속 건수가 지난 2012년 6160건에서 작년 2만30건으로 급증했다고 28일 밝혔다. 전체 부정승차의 44.4%를 차지해 1위였으며 손실액은 8억7000만원에 달했다.
특히 100세 이상 연령대의 우대용 교통카드 사용내역을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사용자 10명 중 9명이 본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단속 강화와 이용자 인식 개선에 나서고, 오는 11월까지 부정승차 방지를 위한 시스템도 개선한다. 우대용 교통카드 부정승차의 다수는 노인이 가족이나 지인에게 빌려줘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카드 발급 대상자에게 안내문을 보내 이용 유의 사항을 알린다. 우대용 교통카드를 타인에게 대여·양도하면 본인은 1년 동안 사용 및 재발급할 수 없다. 부정승차자의 경우, 승차구간의 여객운임과 운임의 30배를 내야 한다. 오는 9월부터는 부정승차 특별단속반을 구성해 모든 역사에서 불시단속에 나선다.
부정승차 원천 차단을 위한 시스템 개선도 병행한다. 게이트 통과할 때 부정승차 여부를 쉽게 알아보도록 이용자 유형별로 게이트 LED 색깔을 달리했다. 적색은 경로, 청색은 청소년권, 녹색은 어린이권, 황색은 장애인과 유공자다. 부정승차 패턴으로 보이는 무임카드 이용 정보가 단말기 관리시스템에 읽히면 자동으로 알림이 떠 역무원이 현장에서 육안으로 확인한다.
아울러 역별로 부정승차 의심 카드의 승하차 기록을 확인해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시간대를 보고, 해당 시간 CCTV를 확인해 부정승차자를 적발하는 시스템도 개발한다.
부정승차가 의심되는 예시로는 100세 이상 노인의 카드가 평일 출퇴근 시간마다 찍히는 경우, 동일한 역에서 카드가 10번 연속으로 태그되는 경우 등이 있다.
또 부정사용 방지를 위해 서울시 우대용 교통카드 데이터베이스와 시도행정 데이터베이스의 사망자 정보 연계 주기를 1주일에서 하루로 단축했다. 사망자 카드를 자녀·친척 등이 사용한 경우도 7만7490건에 총액이 9732만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동일한 역에서 1시간 안에 4회 태그하면 카드인식이 자동 차단된다. 단시간 반복태그도 본인이 아닌 지인의 몫까지 대신 찍어주는 수법이다.
1시간 이내 동일역 승하차를 3차례로 제한하면 비정상 태그를 월 1500건 가량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반복태그를 원천 차단하더라도 역무원의 확인을 거친 이용객은 추가로 승하차할 수 있다.
한편 지난해 서울 지하철의 부정승차 전체 단속 건수는 4만5093건으로 손실액이 18억6000만원에 달했다. 이 중 '무표 미신고'가 1만5143건으로 34%를 차지했으며, '할인권 부정 등'이 9920건으로 22%였다. 손실액은 각각 5억5400만원과 4억3600만원이었다.
지난 2012년과 비교해 아예 돈을 지불하지 않는 무임승차는 거의 '반토막'이 났지만, 우대용 무임카드와 할인권 등을 악용하는 부정승차는 늘어났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부정사용 손실이 지하철 안전과 서비스 개선 투자까지 영향을 끼치면, 800만 지하철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손꼽히는 교통복지 정책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의 악용이 제도 취지를 훼손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3월7일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 고객서비스본부 소속 직원들이 서울 송파구 석촌역에서 수도권 지하철 운영기관합동 무임승차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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