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과 관련해 “양국의 긴밀한 동맹과 양 국민 간 굳건하고 상호 호혜적인 무역 및 경제 관계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문을 발표했다.
한미 정상은 이날 오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한미 FTA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가 서명한 한미 FTA 개정협정을 환영하는 내용이다.
양국 정상은 성명문에서 “우리는 한미 FTA를 개선하기 위한 개정과 수정을 이루어 낸 양국 정부 간 성공적인 협상의 타결을 환영한다”며 “새롭게 타결된 협정에 대한 오늘의 서명과 함께, 우리는 실행 가능한 한 조속히 갱신된 협정을 발효시키기 위해 각자 필요한 추가적인 조치를 진행하도록 당국자에게 지시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또한 이 성과를 양국 관계의 굳건함의 구체적 증거로서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아주 불공평했던 무역 협정을 다시 재협상한 그런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나는 이 협정에 대해 아주 상당히 기쁘게 생각하고, 미국 또 한국에게도 아주 훌륭한 무역 협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 “오랜 낡은 협정이 아니라 아주 새로운 일신된 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양국에게 도움이 되는 협정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 역시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가 경제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우리가 더 좋은 개정 협상을 함으로써 한미 간의 교역 관계는 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또 호혜적인 그런 협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FTA 개정안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25%)를 2040년까지 유지하고 미국 안전기준만 통과해도 국내 수입을 허용하는 차량의 수입 한도량을 현재 2만5000대에서 5만대까지 늘리도록 했다. 다만 현재 국내 제조사의 미국 수출 픽업트럭이 사실상 전무하고, 미국에서 국내에 수입되는 차량규모도 미미해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는 평가다. 대신 우리 측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남발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아 실리를 챙겼다.
이와 관련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 주요국들이 미국에 치열하게 통상 분쟁, 통상 쓰나미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타결되고 서명된 무역 협정이 한미 FTA 개정 협상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또 협상 범위를 소규모로 해서 협상 개시 3개월 만에 신속하게 원칙적 합의에 도달하며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장기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 북미 관계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선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서명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와 통상 모두 안정적이고 보다 긴밀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계산했다”며 “국회에 가급적 10월 초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고, 양국 행정부 차원에서 한미 FTA 개정 협정이 가급적 내년 1월1일까지는 발효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이날 서명식에 노무현정부때인 2007년 7월 한미 FTA 합의문 서명 당시 옷차림으로 임해 눈길을 끌었다. 김 본부장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제가 이것을 두 번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농담섞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첫 번째도 그랬고 두 번째도 마찬가지인데, 한미 FTA를 깰 생각을 하고 협상에 임했다”며 “한미 FTA라는 것은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우리 민족으로서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봤다. 민족으로서 퀀텀점프(Quantum Jump)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통상 분야에서 퀀텀점프를 할 수 있으면 우리한테 그만큼 유리할 수가 있지 않을까 이런 계산을 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롯데뉴욕팰리스호텔 허버드룸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욕=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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