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종전선언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미국과 북한 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빠른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라는 공감대가 (남북미 간에) 대체로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엔(UN)총회 참석차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방송 폭스뉴스 채널과 인터뷰를 하고 종전선언의 필요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한미 공조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종전선언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했다”면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예정된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논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 회담의 결과로 종전선언이 이루어질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런 자세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1차 임기인 2021년까지 북한 비핵화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어느 정도 진지한 핵폐기 조치를 취할 경우 그 이후에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어느 정도 속도 있게 해 주느냐에 달려있다”며 “미국이 속도 있는 상응조치를 취해 준다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도 보다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의 ‘싱가포르 선언’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은 비핵화와 미군 유해 송환을 약속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관계 청산과 안전 보장,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을 약속했다”면서 “일일이 동시이행을 따질 수는 없지만 크게는 병행돼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면 할수록 미국 측에서는 ‘북한이 핵을 내려놓더라도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 줄 것이며 북미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믿음을 북한에 줄 수 있다면 북한은 보다 빠르게 비핵화를 해 나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1차 임기 내에 비핵화를 마치겠다라는 북한의 어떤 타임테이블도 결코 무리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상응조치라는 것이 반드시 제재완화 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제재를 완화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북미관계를 새롭게 수립한다라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면서 ▲종전선언 ▲인도적 지원 ▲예술단 교류 ▲비핵화 검증을 위한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경제시찰단 등을 예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나 미국은 비핵화 협상에서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며 “북한이 취해야 되는 조치들은 핵실험장 폐기 등 이른바 불가역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취하는 조치인 군사훈련 중단은 언제든지 재기 할 수 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으로 언제든지 취소 할 수 있다. 제재 완화도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한 인물이고, 비핵화에 대해서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저는 확신한다”며 “이제는 핵을 버리고 그 대신 경제 발전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더 잘살게 하겠다는 그런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주한미군은 전적으로 한미동맹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평화협정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대북 억지력으로서도 큰 역할을 하지만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내는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나는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이후에도, 심지어 남북이 통일을 이루고 난 이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보수진영의 우려를 일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폭스뉴스 채널의 브렛 베이어 정치담당 수석 앵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뉴욕=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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