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들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재단 해산의 뜻을 밝히고 일본 정부의 양해를 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미국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문 대통령은 55분 동안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협력 방안과 한일관계 발전 방안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면서 회담 내용을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먼저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자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내적으로 화해치유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현실을 설명했다. 강제징용자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 정부(박근혜정부)가 강제징용 관련 재판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강제징용 소송 건은 삼권분립의 정신에 비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정부가 지급한 10억엔으로 설립된 재단이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와 그 유족에게 치유금 명목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주요사업이다. 그렇지만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 없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논란이 커졌고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 말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재단이 졸속 설립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재단 이사진 대부분이 사퇴하면서 사실상 활동이 중지된 상태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에서 북일 간 대화와 관계 개선도 함께 추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 등 북일 간 대화와 관계 개선을 모색해 나갈 것을 권유했다”며 “김 위원장 역시 적절한 시기에 일본과 대화를 하고 관계 개선을 모색해 나갈 용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고, 북일 간 대화와 관계 개선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면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오전 파커 뉴욕 호텔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욕=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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