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제약바이오주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비교적 잠잠했던 전통제약사들이 신약 성과 가시화에 힘입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과 JW중외제약, 동성제약 등 1940~50년대 설립 제약사들은 최근 그동안 개발해 온 신약들의 성과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묵묵히 매진해 온 신약 개발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제일약품은 추석 연휴 직전 세계 유일의 뇌졸중 치료제(JPI-289) 개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다. 현재 개발 중인 뇌졸중 신약의 임상 2a상 코호트2(특정 요인에 대한 집단을 추적해 질병의 발생관계를 조사하는 연구) 단계에서 환자투약 후 경과 관찰을 종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해당 임상을 이달 말 완료하고, 연내 중간결과 발표 후 본격적인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치료제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세포사멸과 염증억제가 모두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JPI-289 개발이 완료되면 연간 600만명에 이르는 사망 환자를 발생시키는 뇌졸중의 세계 유일한 치료제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높았던 상품 매출 비중 역시 극복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상반기 기준 제일약품의 상품 매출 비중은 80%에 달한다. 해당 기대감에 지난 19일까지 4만원을 밑돌던 제일약품의 주가는 21일 5만52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한 뒤, 27일 5만99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껑충 뛴 상태다.
1945년 설립돼 수액 부문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상반기 기준)하는 JW중외제약은 지난달 25일 개발 중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의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회사 가치를 끌어올렸다. JW중외제약의 아토피 피부염 완치 신약 후보물질은 기존 치료제들이 불가능했던 새로운 타깃에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후보물질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한 덴마크 레오파마사는 이례적으로 임상 돌입도 하지 않은 기술을 4500억원에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JW중외제약 매출액(5029억원)에 가까운 액수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순까지 3만원 중반에 머물던 회사 주가는 계약 체결 직후 5만원을 기록한 뒤 4만원 중후반대를 유지 중이다.
'정로환'과 '세븐에이트' 등 높은 인지도의 제품을 보유했지만 상반기 매출 443억원, 영업손실 8억9000만원을 거두는 데 그쳤던 동성제약(1957년 설립)은 최근 2세대 광과민제 '포토론'의 임상 2상 시험결과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한 경우다.
포토론은 동성제약이 최근 수년간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광역학 치료 기술의 핵심이 되는 치료제다. 광역학 치료는 빛을 활용해 정상세포는 살리고, 종양세포만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광과민제는 해당 치료를 위해 인체에 주입하는 약물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순까지 2만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는 이달 초 5만원에 육박했다. 27일 3만72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다소 상승세가 꺾인 상태지만 향후 임상 3상과 조건부 판매허가 신청 등의 호재가 남아있는 만큼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각 사별 성과는 업계 신약 개발 동향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정체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던 전통제약사들이 신약 부문에도 성과를 도출해내며, 추가 신약 개발을 위한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제약사들이 안정적 매출을 거둬들일 수 있는 상품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던 상황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제약사들이 신약 성과를 도출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것은 제약산업 내 전반적인 신약 개발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제일약품과 JW중외제약, 동성약품 등 오랜 업력을 보유한 전통제약사들이 최근 나란히 신약 개발 성과를 가시화 시키며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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