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가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파행을 거듭했다. 야당 의원들은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 검토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고,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며 두 차례 파행됐다. 이틀 전 대법원 국감에서 공보관실 운영비에 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을 요구하며 회의를 중단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12일 오전 10시께 시작된 법무부 국감은 시작된지 30분도 채 안돼 여야 의원들의 대립으로 파행 위기를 빚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장관의 인사말 직후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얻어 “문 대통령이 법무부 국감 전날 강정마을 시위자들에게 사면복권을 약속했다”며 “아직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사면복권을 논하는건 재판을 무력화하고 사법부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강정마을 관련 재판이 모두 확정되는 대로 이들의 사면복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이은재 의원 역시 “국감 전에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간에 (사면복권에 대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박 장관이 발표해달라”고 요구했다. 법무부는 사면 주관 부처다.
이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 국감때 오전 내내 아무것도 못했고 어제 헌법재판소 국감에서도 이석태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 청문회를 다 끝내놓고 자격시비하느라 아무것도 못했다”며 “누가 국감을 진행 못하게 하는지 생각해 보자. (야당이) 의사진행 거리가 안 되는 걸로 회의진행을 안되게 하고 있다”고 맞섰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당리당락보다는 국익에 우선하자”고 강조하고 10분간 국감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박 장관이 “원칙적으로 말하면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며 “주 질의 때 다시 답변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형사사건에서 사면복권을 운운하고 외압을 행사하는 부분에 대해 ‘소신 없다’는 장관을 앞에 두고 국감을 한들 무슨 유의미한 답변 얻어내겠냐”며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국감할 수 없다. 국감 취소해주고 일정 다시 잡아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의 입장 표명 요구로, 오후 2시가 넘어 속개된 국감에서 박 장관은 “사면에 대한 대상 등 결정된 것이 없다. 사법부 독립성이 훼손되지않는 방향으로 업무 처리하겠다”며 “강정마을 사태를 포함해 사회적으로 갈등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오후에는 이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관련 수사와 검찰 개혁 의지 등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오갔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연되는 사법농단 수사를 지적했고 이에 박 장관은 “올해 안에 끝내는 게 희망사항인데 신속하게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당의 조응천 의원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된다”며 “이는 무죄추정원칙과 피의사실공표금지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고, 압수수색 집행 내용을 밝히지 않도록 명시한 법무부 훈령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박 장관이 책임지고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수사해야 한다”며 “검찰이 사법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수사에서 나아가 검찰 개혁선언 이후 비대해지는 검찰 권한에 대한 비판도 여러 번 제기됐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 권한의 대폭 축소”라며 “검찰 사건 인지율도 변함이 없고, 서울중앙지검 정원도 올해 늘어났다. 검찰 개혁이 아니고 ‘검찰이 계탔다’는 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테랑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차출돼 큰 사건만 맡다보니 민생 관련 사건 처리는 늦어지고 있다”며 “검찰 송치사건에 힘을 늘리며 경찰의 송치 전 지휘는 안한다. 경찰의 인권침해를 검찰이 견제하는 것이 확실한 정답”이라고 말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법농단은 뿌리까지 파헤져야 하지만 검찰에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됐다”면서 “늘어나는 검찰 직접 수사나 검찰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장관은 “조문화된 공수처법은 완결돼 있는 상태”라며 “공수처장 임명 등이 문제인데 중립성만 유지되면 문제없다”며 국회에 논의를 주문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2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리를 비우며 파행되자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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