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채용비리 때문에 합격선을 넘고도 탈락한 피해자들에게 금융감독원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오성우)는 신입공채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A씨가 "부정채용으로 인해 탈락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금감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평판조회 결과만으로 원고가 자신의 노력에 대해 공정한 평가 기회를 박탈당해 느꼈을 상실감과 좌절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는 금전으로나마 원고의 정신적 피해를 위자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A씨의 채용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채용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더라도 신체검사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어 A씨가 당연히 최종합격 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이에 따라 금감원에게 A씨를 채용할 의무나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직장을 다니던 A씨는 2015년 9월 채용된 금감원 '2016년 5급 신입공채' 금융공학 분야에 지원했다. 필기시험과 1·2차 면접을 통과하고 최종 면접을 치른 A씨는 합격선을 넘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탈락했다. 대신 함께 응시한 지원자 중 A씨보다 점수가 낮은 B씨가 금융공학 분야에 홀로 합격했다.
지난해 9월 감사원 감사 결과 금감원은 A씨에 대해 채용기준에 없는 평판 조회를 근거로 탈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B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채용시 유리한 조건이 주어지는 지방대를 졸업했다고 원서에 허위로 적고도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법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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