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생활가전업계가 수면 보조기술 전쟁에 돌입했다. 숙면 기능 제품, 수면 보조 기기 등 수면산업이 커지면서부터다.
2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PMR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글로벌 수면 보조 산업은 75조원 규모에 이른다. 기능성 침구 시장 규모가 약 35조원(47.5%)로 가장 크고, 수면 무호흡 기기 시장이 약 20조원(26.8%), 의약품 시장이 10조원(14.2%)가량으로 뒤를 잇는다. 맥킨지에서는 2021년까지 수면산업(시장)이 연평균 약 5.1% 성장하며, 약 95조원의 수면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수면산업 시장 규모는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면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숙면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수면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면질환 유병자수는 매년 증가 추세로 2016년 기준 88만3000명이며, 진료비 손실은 1178억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국내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숙면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34%가 '잠을 잘 못 잔다'고 답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이 커지는 것이다. 생활가전업계를 보면 침대, 매트리스, 베개 등 침구산업에서 나아가 수면질환을 치료하거나 보조하기 위한 영역으로 수면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에서는 지난해부터 슬립테크관이 등장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생활가전 기업들도 숙면을 유도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수면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는 메디컬R&D센터를 중심으로 의료기기에 준하는 기능을 담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자동 안마 프로그램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바디프랜드가 특허 개발한 '수면 프로그램'은 시간에 따라 마사지 강도와 안마의자 각도를 조절해 자연스럽게 수면에 이르도록 만든다. 바디프랜드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성인남녀 35명(평균 48.7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수면잠복기가 줄어들고 체감하는 수면시간은 10% 증가해 수면의 질 개선 효과를 보였다.
코웨이는 최근 한국수면산업협회, 한국생산성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면환경 케어 전문가 양성에 나섰다. 국내 최초 수면전문교육 민간자격인 '수면환경관리사' 자격과정을 개발하고 수면환경 관리 전문가를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코웨이는 지난 '2018 CES'에서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와 '뇌파를 이용한 수면 개선 연구'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뇌파를 이용한 수면 단계 분석, 개인별 최적화된 수면 솔루션 개발을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매트리스를 렌털·판매하는 코웨이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수면 솔루션으로 시장을 공략해나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온열매트 전문기업 라디언스는 '라디샤인 순환발열매트'를 선보이고 있다. 라디언스에 따르면 라디샤인은 스마트 히팅 알고리즘 기술이 적용된 열판을 장착해 수면개선 효과를 보인다. 라디언스 측은 "경희대 신경과 수면전문의 팀의 임상시험 결과 원적외선 매트 사용군에서 대조군보다 불면증 지수가 64% 호전됐으며, 수면 중 잠을 깨는 각성 빈도는 4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원액기로 유명한 휴롬은 주스 사업에 진출하며 수면 시장을 공략한다. 숙면 유도 효과가 있는 '새근새근 주스'를 출시했다. 상추는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항스트레스 성분인 '락투신' 때문이다. 새근새근 주스의 주재료인 흑하랑은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이 상추의 락투신 성분에 주목해 토종종자를 개량해 개발한 기능성 상추로 락투신(3.74㎎/g) 함량이 일반 상추(0.03㎎/g)보다 124배 이상 높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생활가전업계의 제품 출시가 늘어나고 있다"며 "수면을 콘셉트로 한 제품 출시가 향후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휴롬은 숙면 유도효과가 있는 주스를 출시했다. 사진=휴롬
라디언스는 수면개선 효과가 있는 발열매트를 개발했다. 사진=라디언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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