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올해 막차를 타듯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이 쏟아지면서 증권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권가는 눈코 뜰 새 없이 이뤄지는 수요예측과 IR(기업설명회) 일정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고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월 신규상장 일정이 나온 기업은 총 13개다. 1일 엘앤씨바이오를 시작으로 노바텍, 대보막네틱, 셀리버리 등 줄줄이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여기에 상장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음달 중으로 상장 예정된 기업만 10여개다.
공모 규모는 근래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반면 중소기업들의 상장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상장 일정이 몰렸다.
수요예측 일정도 빠듯하다. 매주 4.5개, 7.5개, 7개의 수요예측이 잡혔다. 평균적으로 주당 1~2개가 진행되는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잡힌 셈이다. 수요예측은 주식을 공모하는 데 있어 인수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대표주관사가 발행주식의 희망가격 범위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가격과 수량을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상할 정도로 많은 수요예측 일정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수요예측 죽음의 조”라고 언급했다. 극심한 쏠림에 부작용도 예상된다. 최 연구원은 “짧은 기간 내에 수요예측 일정이 몰리면 자원의 분산효과로 수요예측 결과가 약세로 이어져 공모가도 희망가 하단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준 한국연금투자자문 이사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안정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상장이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거래소의 과도한 상장 승인에 11월에 많은 기업이 몰렸다”며 “하루에 최대 기관 대상 IR만 4개에 달할 정도여서 옥석가리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로 수요예측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상장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앞서 수요예측을 했던 HDC아이서비스, 자동차 부품기업 프라코가 상장계획을 접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상의 결과를 얻기위해 공모 진행 시기에 대해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신규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공모가가 낮게 정해진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면 상당한 차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종경 연구원은 “연말에 집중된 일정 탓에 낮은 공모가로 상장하는 우량 기업은 해가 넘어가면서 주가가 올라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며 “일정 변수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공모규모는 근래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반면 소형 기업들의 상장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상장 일정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신송희 기자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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