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집값 잡으려면 서울중심 교육부터 바로 잡아야
2018-11-06 06:00:00 2018-11-06 06:00:00
파리는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다. 프랑스인들도 파리를 좋아한다. 세느강의 아름다운 다리들과 바토무슈(유람선), 역사적 정취가 듬뿍 담긴 박물관들, 빼어난 건축술의 유적지, 그리고 현대와 전통이 한데 어우러진 절묘한 풍경, 거기에 입맛 돋게 하는 먹거리까지. 사람을 끄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 학생들도 파리를 좋아하는 것일까. 지난 9월 매거진 ‘레뛰디앙(L'Etudiant : 학생)’은 프랑스 학생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가 어디인지 조사를 실시했다. 레뛰디앙이 ‘도시의 매력(프랑스와 외국 학생 수)’ ‘교육의 질(밀도와 성공률)’ ‘학생들의 삶(문화와 생활 지역)’, ‘생활시설(교통과 숙소)’, ‘일자리(역동성과 실업률)’ 이렇게 5개 주제로 조사한 결과, 리옹(Lyon)과 뚤르즈(Toulouse)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리옹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프랑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엘도라도(eldorado·이상향)’ 1위로 기록됐다. 3위는 남부에 위치한 해변의 도시 몽펠리에(Montpellier), 4위는 북동부에 있는 렌느(Renne)로 나타났다. 파리는 8위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프랑스 학생들은 왜 리옹을 이처럼 좋아하는 것일까. 다비드 키멜펠드(David Kimelfeld) 리옹 메트로폴리스 위원장에 따르면 리옹은 2년 전부터 학생들이 안전한 숙소를 합당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질적 토대를 마련했다. 리옹은 2017년 3개의 학생 기숙사가 완공돼 1000개의 숙소가 생겼다. 2020년까지 이 속도를 유지해 6000개의 새 숙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학생들이 리옹을 좋아하는 이유는 교통이 편리해서였다. 지하철과 노면전차의 확대로 교통망이 크게 발전한 리옹은, 최근 인근도시인 에퀼리(Ecully), 빌뢰르반(Villeurbanne), 브롱(Bron), 보-앙-블랑(Vaulx-en-Velin)으로 분산된 대학 캠퍼스를 쉽게 왕래할 수 있는 이점이 크다.
 
조르주 케페네키앙(Georges Kepenekian) 리옹 시장은 “우리 지역에는 뿌리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우수한 그랑제꼴(엘리트 학교), 30년의 전통을 지닌 국립사범학교, 50년의 역사를 가진 레꼴 상트랄(l'ecole Centrale)과 리자라(l'Isara), 60년의 역사를 가진 린사(l'Insa), 그리고 70년의 역사를 가진 시앙스포 리옹(Sciences Po Lyon)이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처럼 명성있는 학교가 많기 때문에 프랑스 학생들이 리옹으로 모여든다고 케페네키앙은 설명했다. 결국 학생들을 유혹하는 도시는 명성있는 학교와 저렴하고 안전한 숙소가 많은 곳, 그리고 교통이 자유로워 인근 캠퍼스를 용이하게 오갈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파리는 프랑스 학생들에게 그리 큰 매력을 주지 못한다. 파리에는 명성 있는 학교가 많지만 숙소를 구하기 어렵고, 물가 또한 너무 비싸다. 이런 도시에서 프랑스 학생들은 굳이 공부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언제부턴가 한국 학생들 사이에 ‘인 서울’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지방으로 가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 학생들이고, 어떻게든 서울로 입성을 해야 그나마 공부를 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런 사회적 인식은 학생들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도록 부추긴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아이가 어떻게든 서울에 있는 학교에 합격해야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서울에 있는 대학, 아니 서울은 너무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주택난에 허덕인다.
 
2018년 수능이 열흘 남짓 남았다. 올해도 작년과 다름없이 수능이 끝나면 학생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몰려들 것이다. 물론 한국적 기준은 서울 소재 대학 졸업자들을 우선으로 쳐주니 ‘인 서울’ 현상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현상은 서울의 집값을 부추기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서울의 집값 폭등 원인이 어디 이뿐일까 만은 우리가 명심할 것은 서울의 집값을 잡겠다고 은행규제 등 법적 조치나 새로운 아파트 공급량만 늘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집’에만 초점을 맞춰 서울 아파트 값을 잡으려 하지 말고 서울로 들어오는 인구 유입을 막는 정책들이 무엇인지 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하나가 필시 교육의 분산일 것이다.
 
프랑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파리가 아니고 리옹이듯 한국도 자국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가 될 수 있도록 교육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서울의 명성 있는 학교들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저렴하고 좋은 숙소를 공급하고, 교통망을 정비함으로써 ‘인 서울’ 현상을 타파하라. 이런 궁극적 대책 없이 주택 공급량만 늘린들 집값은 절대 잡히지 않는다. 사회적인 문제는 하나의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다. 이점을 명심해 서울 부동산 시장 정책은 좀 더 큰 안목에서 그려져야 한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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