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경찰이 이른바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시험문제 유출사건’ 당사자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수서경찰서는 12일 쌍둥이 자매들과 아버지인 전 교무부장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다만, 시험문제 유출 방조 혐의로 조사를 받아 온 전 숙명여고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 교사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확보한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유출 사건' 증거물들. 사진/서울수서경찰서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작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여간 총 5회에 걸쳐 정기고사 시험지와 정답을 자신의 딸들에게 알려줘 학교의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유출로 두 딸은 1학년 1학기에 각각 전교 석차 59등과 121등에서 같은 해 5등과 2등으로 뛰어 올랐다. 2학년이 되어서는 각각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상식을 벗어난 갑작스런 성적향상과 이 학생들의 아버지가 학교 교무부장이라는 사실이 맞물려 지난 7월부터 의혹이 제기됐다. 특별감사를 통해 이들 자매가 사전에 시험 정답을 알고 있었던 정황을 확인한 서울시교육청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학교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통해 쌍둥이 중 한명의 휴대전화에 영어 서술형 정답과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 정답이 기재된 메모 등 시험문제 유출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 그러나 A씨와 두 딸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결국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찰에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2일 “증거인멸 우려와 구속의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날 숙명여고 전 교장 등에 대한 처분을 불기소 의견으로 결론 낸 것에 대해 "A씨를 정기고사 검토에서 배제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해당 사실만으로는 학업성적 관리업무를 방해한 방조범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 결과 학교 시험문제 출제부터 보관, 채점 등 전 과정에서 공백이 확인됐다”면서 “이에 대한 보안지침을 명확히 마련하고, 시험지 보관 장소 CCTV 설치·금고 개폐이력 저장 등 시설 보안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재학생과 시험 출제와 관련된 교원의 특수관계를 사전에 정확히 확인해 해당 교원을 배제하는 통일된 규정 명문화 등, 이번 수사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제도 개선 필요사항을 교육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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