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공매도 제도를 두고 사후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한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공매도 관련 규제를 교묘하게 빠져나간다고 지적된 독소조항 폐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12일 개최한 '공매도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공매도 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공매도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 의원은 "증권시장엔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이 있다. 유통시장은 주가가 형성되고 유통되는 과정인데 많은 투자가들이 유통시장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공매도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많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지만 공매도에서는 1%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매도 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김병욱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종호 기자
발제를 맡은 김병연 건국대학교 교수는 "공매도 폐지는 국제적 정합성에 맞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차입공매도를 허용한다. 이는 결제불이행이 없다는 전제로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행 5000만원인 공매도 규제위반에 대한 제재수준이 너무 낮다. 운용규모와 수탁규모, 과거 위반 사항 등을 기준으로 영업정지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한도 제한 등 과도하게 공매도를 못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영열 경실련 공매도 제도개선 TF 자문위원은 업틱룰(Up-Tick Rule·호가제한 규정)과 같은 규제가 있지만 8가지 독소조항으로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독소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자문위원은 "최근 5년간 업틱률 관련 제재가 없다 보니 독소조항으로 인해 예외적 허용이 원칙적 금지를 무너뜨리고 있는 왝더독(Wag thd dog)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매도 주체가 공개되지 않고 대행하는 증권사만 공개되는 공매도 공시제도 개선, 공매도과열종목 지정 실효성, 공매도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수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성환 타임폴리오 대표이사는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공매도는 자산운용 과정에서 헷지 수단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공매도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수익은 상장폐지가 됐을 때로 최고 100%지만 반대로 주가가 오를 경우 손실은 200%, 300% 이상"이라며 "우리는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공매도를 하는 것이지 수익을 내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 관련 예외조항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으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실제로 주가를 찍어누르는 효과가 있는 조항는 없어지는 게 맞다"며 "우리나라는 공매도가 차지하는 거래비중이 해외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를 공매도에서 찾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엄준호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지점 상무는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무차입 공매도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가 발생한 것"이라며 업틱룰과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엄 상무는 "공매도 위반을 뿌리뽑자는 것은 교통사고가 전혀 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과 같다"며 "사실상 사전관리가 불가능하니 사후처리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지금보다 금전적인 징벌을 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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