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납품업체에 상품대금을 감액·지급하고 판촉직원을 자사에 고용하고도 인건비를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홈플러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180억여원 과징금 부과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양현주)는 홈플러스·홈플러스스토어즈가 "시정명령 등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업계 시장점유율이 22.4%로 2위이고 전국 점포 140개의 유통망을 기반으로 연간 매출액이 약 8조6000억원에 이른다"면서 "대형마트 주력상품인 가공식품·일상용품 납품업체들은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브랜드 파워가 막강한 상품 납품업체라도 대형마트 판촉 행사 및 진열 위치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홈플러스와 협상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홈플러스는 납품업체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대규모유통업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장려금 명목 대금공제행위에 대한 공정위 처분은 부당하다는 홈플러스 주장에 대해서도 "4개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상품 대금에서 판촉비용분담금·진열장려금 명목으로 일정액을 공제한 홈플러스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이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를 늘려 판매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판매장려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한 공제행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홈플러스는 마진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필요 금액을 미리 산출해 이를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상품 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그 과정에서 상품 대금 감액 행위가 이뤄졌다"며 "결국 마진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할 위험 및 손해를 납품업체들에 전가한 것으로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납품업체에 인건비를 떠넘긴 홈플러스 행위에 대해서도 "홈플러스는 납품업체와 자발적으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나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시장점유율 및 전국적인 유통망을 고려할 때 홈플러스와 계속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납품업체로서는 우월한 지위를 가진 홈플러스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홈플러스는 금지규정을 우회적으로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판촉사원 직접고용으로 인한 인건비를 수수해 이를 납품업체에 전가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홈플러스스토어즈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농심·해태음료·옥시레킷벤키저·유한양행 등 4개 납품업체에 지급할 상품대금에서 판촉비용분담금·진열장려금 명목으로 총 121억여원을 공제했다. 판촉비용분담금이란 홈플러스가 소비자 판매가격을 할인하는 판매촉진행사를 열면 상품 개당 판매가격 하락분만큼 마진이 줄어들게 되므로 마진 감소분을 판매촉진비용으로 보고 그 일부를 납품업체에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홈플러스·홈플러스스토어즈는 2013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납품업체들로부터 자신의 매장에 파견돼 근무하던 판촉사원들을 자신들의 직원으로 전환하면서 이들의 인건비를 떠안기는 약정을 체결하고 CJ제일제당·동서식품 등 10개 납품업체로부터 160억여원을 부담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3년 8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금홍팬시 등 21개 납품업체로부터 직매입한 가방 등 402개 상품을 시즌상품이라는 이유로 시즌이 종료된 뒤 반품하게 하고 2012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파견에 대한 서면 약정을 체결하지 않고 납품업체 종업원 27명을 개점 전일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상품 진열작업 등에 종사하게 하고 인건비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공정위는 2016년 7월 홈플러스에 179억5800만원을, 홈플러스스토어즈에 40억7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을 명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납품업체들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대기업들로 원고보다 월등히 많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고 시장점유율도 더 높다"며 "원고들은 납품업체들보다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지 않아 장려금 명목 대금공제행위, 인건비 전가 행위, 반품행위 등을 강요할 수 없었고 납품업체들이 자유로운 의사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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