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전통 제약 산업을 웃도는 성장률을 앞세워 국내 헬스케어 산업을 주도하던 바이오시밀러 산업이 악재에 직면했다. 나날이 심해지는 경쟁 속 가격 경쟁력이 주무기인 바이오시밀러에 타격으로 작용할 오리지널 제조사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까지 이어지는 등 향후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분위기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눈에 띄는 실적 하락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매출액 2311억원, 영업이익 736억원으로 0.4%, 44%씩 감소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액 1011억원, 영업이익 104억6000만원으로 20.7%, 48.9% 감소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조정과 생산시설 정비가 실적 악화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고성장을 지속해 온 양사 입장에선 뼈아프게 감소율이다.
지난 2013년 매출액 2262억원, 영업이익 998억원에 불과했던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액 9491억원, 영업이익 522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매출 1조원대 진입을 노리는 TOP5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 설립 이후 적자 행진을 이어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지난해 매출액 4646억원, 영업이익 660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하며 향후 성장성에 기대감을 키웠다.
수출 시장을 중심으로 한 양사의 실적 성장세는 지난해 국산 의약품 수출 사상 첫 4조원 돌파 및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국산 의약품 수출액은 약 4조6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체 수출액의 33.6%를 차지한 바이오의약품은 최근 4년간 35% 이상의 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산 의약품 수출 성장을 주도했다. 품목별로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원료의약품 램시마원액(약 6382억원)과 트룩시마원액(약 3936억원)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바이오시밀러가 중심이 됐다. 두 품목이 전체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7%에 이른다.
하지만 양사 3분기 실적 악화와 더불어 향후 사업 관련 악재가 도출되며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전세계 약 20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제조사 애브비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휴미라의 가격을 최대 80%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20~30% 낮은 가격을 최대 경쟁력으로 내세운 바이오시밀러에겐 치명적인 정책이다.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다면 상대적으로 처방데이터가 많이 축적된 오리지널 의약품이 우위를 점할 수 밖 에 없다.
이는 지난달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SB5)'를 유럽에 출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지난달 휴미라의 유럽지역 특허 만료에 암젠과 산도즈 등 경쟁업체 시밀러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파격적 가격 인하 정책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오는 2020년 임상 3상 완료를 목표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셀트리온에도 달가울 수 없는 소식이다.
특히 첫 테이프를 끊은 애브비를 비롯해 다른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제조사들의 추가 가격 인하 정책 역시 이어질 수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현재 셀트리온은 3종, 삼성바이오에피스는 4종의 주력 바이오시밀러를 해외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비교적 발 빠른 시장진출과 단기적 출혈 경쟁을 불사하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오는데 성공했지만 심해지는 경쟁과 점유율 성장 한계를 감안한다면 그동안의 성장세가 같은 폭으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제품 공급단가 경쟁이 회사 수익성에 미치는 여파가 시장 점유율 수성을 위해 가격을 조정한 3분기 실적에서 잘 드러난 상황에서 오리지널 제조사들의 견제까지 더해진다면 국산 바이오시밀러 역시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 년간 고성장을 지속하던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분기 눈에 띄는 실적 감소세를 기록했다. 가격 경쟁 심화와 오리지널 제조사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존 성장세 유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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