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국내에서 모바일·이커머스 등에 밀려 부진한 홈쇼핑업계가 해외사업마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 동남아 등에 한류열풍을 타고 진출했으나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하는 등 상황이 좋지 못하다.
GS홈쇼핑의 경우 인도, 태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7개국에 진출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이 중 유일하게 실적을 내고 있는 곳은 중국 합작법인 '후이마이'로, 12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이 곳 역시 지난해 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취급고는 큰 변화가 없어 사실상 해외사업 전반이 부진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적자 폭은 줄고 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진출한지 4~5년 정도 됐고 지난해부터 볼륨이 어느정도 커져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지난 2004년부터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CJ ENM 오쇼핑부문도 그다지 상황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터키, 일본, 중국 남방, 인도 사업을 정리했으며 현재는 중국(상하이, 톈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멕시코, 말레이시아 정도만 남은 상태다. 아직까지 동남아를 중심으로 나쁘지 않은 사업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과거 9개국에 진출했을때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2011년 중국을 시작으로 태국, 베트남에서 해외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4월 급작스레 파트너사인 '가유홈쇼핑'이 현대홈쇼핑의 방송송출을 중단하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현대홈쇼핑은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2월 승소했으나 오랜기간 방송을 중단한 만큼 피해가 큰 상태다.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사업이 철수 수순을 밟게 될 확률이 높다. 올해 상반기 기준 베트남과 태국 역시 각각 16, 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도 마찬가지다. 지난 7일 롯데홈쇼핑이 베트남 사업을 접는다고 밝히며 대만을 제외한 모든 해외사업이 철수하게 됐다. 중국 윈난과 산둥 지역 사업 매각은 진행 중이다.
3년 전만 해도 홈쇼핑의 해외 진출은 새로운 수익 활로로 꼽혔다. 홈쇼핑들은 대부분 현지사와의 합작법인을 설립, TV홈쇼핑의 형태로 해외에 나갔다. 홈쇼핑사들은 몇 개국에 진출했는지 숫자를 앞세울 만큼 해외사업을 활발히 전개해나갔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역시 소비자들이 TV에서 모바일로 채널이 이동하는 추세여서 TV를 채널로 하는 홈쇼핑으로서는 이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AT 키너리 리포트에 따르면 동남아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매년 17%씩 성장해 오는 2020년에는 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해외 사업의 부진 이유 중 첫 번째는 티비에서 모바일로 소비패턴이 이동하는 것"이라며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고 변화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닷브이엔. 사진/롯데
현지화에 실패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인도 같은 경우 시장이 굉장히 크고 배송 시스템 등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실패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방송 직후 주문해도 배송이 2~3주가 걸려 홈쇼핑만의 장점이 살지 못했다. 또한 중국의 경우 사드보복으로 급격하게 매출이 감소했으며 터키는 내부정세 악화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 사업부진의 이유가 됐다.
홈쇼핑업계는 온라인, 모바일 등으로 시장에 남아있는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베트남 사업을 접었지만 '롯데VN'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CJ ENM도 합병 이후 '미디어커머스'로 시너지를 내며 새로운 수익 활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