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호시우보 아닌 파죽지세로
2018-11-29 06:00:00 2018-11-29 06:00:00
이성휘 정경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13주차 국정지지도는 8주 연속 하락해 집권 후 최저치인 52%를 기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역대 취임 2년차 4분기에 지지율 50%를 넘긴 대통령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문 대통령의 선방을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취임 초 80% 지지율 중 30%가 빠졌다는 것, 전 세대·계층·지역 민심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프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는 경제·민생 악화가 꼽힌다. 당장은 어려워도 앞으로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국민들이 체감 가능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다. 언젠가는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비전을 못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믿음도 흔들리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규제개혁 노동개혁 경제구조개혁균형발전 등을 외치지만, 막상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것은 별로 없다.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NATO(No Action Talking Only) 정부라는 핀잔이 나올 수준이다. 여소야대를 핑계삼는 것도 한 두번이다. 100% 모두에게 환영받는 정책은 나올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진정성을 무기로 상대편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좌·, 보수·진보, ·사 사이에서 좌고우면만 하다 방향성을 잃고 정책도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며칠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정부는 한 번에 비약은 못 할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며 호시우보(호랑이처럼 날카롭게 지켜보며 소처럼 신중하게 걷는다), 우보만리(소처럼 우직한 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라고 적었다.
 
안이하기 짝이 없다. 요즘 세상에 그 누가 늦은 소걸음으로 만리를 가는 것을 묵묵히 기다려 주겠는가. 늦은 소걸음에 인내하기보다는 다들 타고 있던 소 등에서 내려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파죽지세’(대나무를 쪼개는 기세)쾌도난마’(어지럽게 얽힌 삼베를 한 칼에 잘라버림) 해야 한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하나씩 비약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렇게 풀어가다보면 우리사회 구석구석을 얽매고 있던 다른 매듭들 역시 풀려있을지 모른다.
 
이성휘 정경부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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