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트뤼프(Truffe·송로버섯)를 ‘땅 속의 다이아몬드’라 부른다. 송로버섯은 프랑스·이태리 미식가들이 최고로 평가하는 식재료다. 매년 수요량은 40톤이지만 시장에 공급되는 양은 4톤에 불과하다. 수요와 공급의 차가 이렇게 크다보니 가격이 금값처럼 치솟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눈독을 들이는 이 명망 높은 송로버섯은 희귀하고 맛이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트뤼프는 모방할 수 없는 요리 체험과 최고의 호사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질 좋은 송로버섯은 어떤 것이고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검은 송로버섯은 프랑스 페리고르(Perigord)산이 유명하고 흰 송로버섯은 이론의 여지없이 이태리 알바(Alba)산이 최고다. 이밖에도 송로버섯은 10가지 종류가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산 트뤼프는 밝은 밤색으로 ‘트뤼프의 여왕들’보다는 덜 언급되지만 좋은 맛을 가지고 있다. 페리고르산 검은 트뤼프는 아주 잘 알려져 있고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 트뤼프는 1킬로그램 당 500~1500유로(한화 64만~191만원)지만 가장 비싼 것은 따로 있다. ‘피에몽(Piemont)의 보물’로 불리는 알바산 흰 송로버섯은 1킬로그램 당 무려 10만유로(한화 1억2800만원)를 넘기도 한다. 지난 2013년 11개의 알바산 흰 송로버섯은 27만4200유로(한화 약 3억5000만원)에 팔렸다. 흰 송로버섯은 트뤼프 중에 가장 크며, 있는 그대로 먹고 요리는 하지 않는다. 요리를 하면 향이 달아나기 때문이다.
페리고르산 검은 송로버섯은 12월에서 2월 사이에 수확된다. 어두운 육질에 하얀 나뭇결무늬가 있고, 간단히 요리해서 먹는다. 특히 검은 송로버섯은 사라지지 않는 특유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 트뤼프는 단단해야 하고 만졌을 때 물렁물렁하면 너무 농익은 것이다. 중국산 트뤼프는 육안으로 보기엔 프랑스산과 비슷하나 독특한 맛이 없다. 중국산과 프랑스산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먹어보면 안다. 중국산은 아무런 맛을 느낄 수 없다.
알바산 흰 송로버섯은 올해 개최된 제19회 세계경매대회에서 850그램에 8만5000유로(한화 1억900만원)에 낙찰됐다. 1그램당 100유로 수준으로 세계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싼 가격이었다. 지난해는 같은 무게의 송로버섯이 7만5000유로(한화 9566만원)였다. 이태리 튀랭(Turin) 근처 알바에서 거행된 이 경매대회에서 흰 송로버섯을 산 사람은 홍콩인이었지만 더 이상의 자세한 신분은 밝혀지지 않았다.
88년 전부터 매년 이태리 알바에서는 약 2개월 간 흰 송로버섯 대축제가 열리고 경매가 이뤄진다. 매년 9월21일에서 1월31일 사이에 수확되는 알바의 흰 송로버섯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안토니오 데기아코미(Antonio Degiacomi) 트뤼프 국립연구센터 소장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버섯은 자연과 숲 사이에서 이루어진 몽상적인 상봉을 연상시키는 진한 향을 품어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는 흉년이었으나 올해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풍년이다. “올 7~8월은 비가 많이 내려 물이 풍부했기 때문에 버섯이 굉장히 좋다. 우리가 알고 있듯 트뤼프는 땅 속에서 발육하는 버섯으로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이 필수다”라고 데기아코미는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는 가뭄으로 많은 수확을 할 수 없어 100그램에 600에서 700유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로버섯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송로버섯은 떡갈나무 숲이 있는 땅 속에서만 자라지만 지난 달 파리의 시내 한복판에서 발견되며 화제가 됐다. 파리 에펠탑 근처의 한 호텔 테라스정원에서 검은 야생 트뤼프가 자란 것이다. 통상 페리고르에서만 볼 수 있는 검은 송로버섯이 처음으로 파리 도심 안에서 발견되자 프랑스 자연사박물관은 이 버섯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프레데릭 마드르(Frederic Madre) 환경과학센터 연구원은 “이는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다. 40년 전 테라스에 흙을 가져왔을 때 (버섯이) 따라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매우 놀랄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도시 한복판에서 트뤼프가 자라난 것은 기후 온난화의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이례적인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떡갈나무 숲에서만 자라야 할 송로버섯이 도심지의 옥상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현상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증거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그 비싼 송로버섯을 먹어볼 기회가 별로 없으니 상관없는 일이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심에 뜬금없이 나타난 송로버섯은 우리에게 자연환경을 더 이상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요즘 우리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는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로 답답한 마스크를 끼고 일상을 보내야 하는 현실이다. 이는 우리 인간의 무자비한 산업개발 결과다. 이제는 성장만을 향해 치달아온 경제방식과 결별해야 할 때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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