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올해 한국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6000억달러 고지를 점령한다. 세계에서 7번째 대기록이자, 쾌거다. 일등공신은 단연 반도체였다. 반도체는 단일품목으로는 글로벌 최초로 수출액 1000억달러를 달성, 반도체 코리아의 위용을 과시했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수출액은 지난해(5737억원)보다 5.8% 늘어난 607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에 이어 전 세계 7번째 대기록 수립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한국은 수출 2000억달러 돌파 후 6000억달러 달성까지 14년이 소요됐다. 중국(5년), 네덜란드(13년)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른 속도다. 이에 힘입어 올해 한국의 무역액은 1조1440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2년 연속 1조달러의 위업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무엇보다 반도체의 공이 컸다. 올해 반도체 수출액 예상치는 1996년 한국 전체 수출액(1297억달러)을 상회하는 1300억달러 내외로 추산됐다. 전년 대비 36.2% 급증한 규모로,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 추정치인 4811억달러의 27%에 상응한다. 반도체는 올해 단일품목 중에서는 처음으로 1000억달러 고지를 뛰어넘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0년 500억달러를 돌파한 후 8년 만의 기록이다. 올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1.2%(10월말 누적 기준)로, 사상 첫 20%를 웃돌았다.
한국 반도체의 힘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압도적 경쟁 우위에서 나온다.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한 833억달러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 1위 자리를 무난히 지켜낼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377억달러의 매출로 3위로 급부상했다.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오는 7일 열리는 제55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900억불(달러) 수출의 탑을, SK하이닉스는 250억불 수출의 탑을 각각 수상한다.
‘제55회 무역의 날’을 맞아 한국무역협회 임직원과 무역아카데미 교육생들이 6일 삼성동 무역센터 앞에서 올해 무역의 날 공식 슬로건인 '대한민국의 무역, 세계로 함께, 미래로 함께'를 외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일반기계와 석유화학도 수출 증대의 주역으로 꼽혔다. 올해 이들 업종은 나란히 수출 500억달러를 일궈냈다. 지난 2011년 400억달러를 돌파한 후 7년 만에 새로운 고지에 올라섰다. 전기차, 첨단 신소재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신산업의 활약도 대단했다. 올해(10월말 누적 기준) 8대 신산업 수출은 65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전체 수출 증가율(6.4%)을 두 배 가까이 상회하는 수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8대 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8.3%에서 올해 13%로 4.7%포인트 확대됐다.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 수출이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국가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6.3%로, 특히 일부 품목과 특정 국가에 편중된 경향이 컸다. 그만큼 위험요인이 크다는 얘기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간재 수출 비중은 66.3%로 7대 무역대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소비재 수출 비중은 11.4%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렀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취약한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60.2%로 의존도가 가장 컸다. 무역협회는 "향후 수출의 안정적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으로 수출 대상국을 균형감 있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프리미엄 소비재 중심의 수출 확대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오는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55회 무역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등이 참여하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해보다 111곳 늘어난 총 1264개사가 수출의 탑을 수상한다. 680명에게는 금탑산업훈장을 비롯한 유공자 포상도 이뤄진다. 수출 증대에 매진한 수출 기업과 유공자들을 치하하기 위함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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