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사진)이 건설 분야 외길을 걸어온 끝에 빛을 봤다. 성장이 어려운 성숙기 산업에 종사하며 그간 부침도 심했지만 올해는 새 전성기를 구가한 반전 실적 덕분에 부사장 승진에 성공했다. 재계 3·4세가 주로 몸담고 있는 성장기 산업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성장통을 겪는 모습과 사뭇 비교된다.
올해 유독 재계 3·4세는 내리막이 많았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는 ‘물컵 갑질’ 논란으로 사퇴했다. 성질은 다르지만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16년 만에 패션사업을 떠났다. 삼성 후계구도 일부분이었던 패션에서 총수일가가 발을 뺀 충격이 존재한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승진 연차를 채웠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승진 명단에서 빠졌다. 오르내리길 반복하는 태양광 시황처럼 불안정한 실적 탓으로 해석되고 있다. LG나 코오롱 등 갑작스런 경영승계로 직급은 수직상승했으나 '초고속 패스'에 대한 여론 부담을 안게 된 사례도 있다. 최근 그룹들이 바이오 신사업에 치중하며 후계자들이 배치되는 사례도 잦은데 그마저 먹구름이 끼었다. 삼성바이오에 이어 셀트리온도 분식회계 의혹에 휘말려 바이오산업 자체의 재무정보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
후계 경영인은 경영수업 과정에서 주로 성장사업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성장사업이 기저효과로 실적을 내기 쉬운 측면에서 승계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때론 신사업 투자 명목으로 계열사의 자금이 쏠리며 지원성 거래에 대한 눈총도 산다. 그럼에도 성장기업은 좀처럼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하며 되레 후계자의 평판을 떨군다. 신사업 영역이 조기에 레드오션화 되며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여기에 갑질 이슈로 품성에 따른 자질 논란까지 번지며 후계 경영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나빠졌다.
그 속에 허 부사장은 남다른 행보로 눈길을 끈다. 허 부사장은 그룹과 계열사를 옮겨다니는 여느 후계들과 달리 건설분야에 13년 넘게 몸담으며 전문가 면모를 키우고 있다. 2002년 LG칼텍스정유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대리부터 단계를 밟았다. 그 사이 주택, 플랜트, 토목 등을 두루 경험하며 건설맨들과 동고동락해왔다.
허 부사장은 그러나 건설업이 성숙기산업으로 성장 진폭이 크지 않은 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GS건설이 업황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연말 승진자를 대거 배출하며 성장의 과실을 나눴다. GS건설은 해외사업 손실을 극복하고 주택사업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내며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미리 예약해 뒀다. 부동산 업황은 이미 아래쪽으로 기운 형국이나 굵직한 플랜트 입찰이 다수 걸려 있고 주택사업에서도 굴지의 브랜드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GS건설은 내년 전망도 밝은 편이다.
앞으로 허 부사장은 경영승계 과정의 마지막 단계를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말 인사에서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아 건설업에서 확장한 새 먹거리를 찾게 됐다. 허 부사장이 GS건설의 미래 사업 방향을 제시하면 승계 부담도 한층 가벼워질 수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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