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지난 21일 오후 10시40분.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서 지인들과의 모임을 마쳤다. 집으로 가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SK텔레콤의 T맵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터치했다. 20일 택시 기사들의 대규모 집회가 진행된 지 하루 만이었다. 택시 기사들이 T맵택시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궁금했다. 호출 버튼을 누른지 1분도 안 돼 택시가 잡혔다. 아파트 현관으로 내려가기 무섭게 기자의 위치를 묻는 기사의 전화가 왔다.
T맵택시 앱의 연말 이벤트 안내 화면(왼쪽)과 택시를 호출한 화면. 사진/T맵택시 앱 캡처
"어서오세요~은평구 신사동 가시죠? 출발하겠습니다."
운전대 옆의 거치대에 놓인 기사의 스마트폰은 T맵 앱을 통해 택시를 기자의 집까지 안내하기 시작했다. 카카오T는 사용하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기사는 "지워버렸다"고 답했다. 그는 전날(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택시 기사들의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뒤 이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여전히 택시 콜 시장은 카카오T가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카풀 서비스를 놓고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업계가 갈등을 겪으며 기사들은 스마트폰에서 카카오T 앱을 삭제하고 T맵택시를 홍보하고 나섰다. T맵택시 콜 수도 많이 늘었다. 그는 "예전에는 T맵택시로 하루에 한 통 정도 왔는데, 오늘만 10통 넘게 받았다"며 "기사들이 손님들에게 더 많이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연말까지 자사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최대 5000원 한도 내에서 T맵택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월 5회까지 가능하다.
기사는 카풀 서비스의 안전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기존 택시들은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에 가입돼있어 탑승한 손님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카풀은 어떻게 보상받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카풀 안심보험 상품을 적용해 교통사고와 교통 외 사고에 대해서도 보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금지된 자가용의 유상운송에 대해 보험사들이 보상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사들이 T맵택시를 이용하지만 카카오T에 대한 반발로 인해 선택한 측면이 크다. 아직 이용자도 카카오T에 비해 적고, 기사들에 대한 인센티브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사는 "손님들의 위치를 묻기 위해 전화를 많이 하는데 기사들의 통화료를 깎아주는 등의 혜택을 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택시는 기자의 집 근처로 가는 동네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기사는 T맵에 대한 단점도 지적했다. 큰 길로 이동할 때 진한 실선으로 진행방향을 알려주는데 골목길로 들어가면 점선으로 표시돼 알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카카오 맵은 골목길도 실선으로 표시된다"며 "T맵도 이 점을 개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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