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벤처기업 종사사 수 합계가 삼성 등 5대 그룹의 종사자 수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벤처기업 평균 종사자 수는 21.7명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해 고용 없는 성장을 지속하는 대기업과 대조적이라고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사단법인 벤처기업협회는 28일 2017년 기준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성과, 고용성과, 기술혁신 실태 등을 조사한 '2018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벤처기업 수는 전년(3만3289개)에 비해 5.7% 증가한 3만5187개였고, 총매출액은 225조2000억원으로 추정(총매출액 규모는 재계 매출 2위에 해당)된다. 225조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4.5%에 해당한다. 평균 매출액은 64억200만원으로 전년(58억8000만원) 대비 8.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7년 반도체 분야의 호황과 글로벌 경기회복에 힘입은 주력품목(디스플레이, 정밀화학 등) 수출호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업종의 평균 매출액은 121억원이며, 매출액증가율은 33.5%로 높게 나타났다. 벤처기업 중 해외수출기업 비중은 25.9%로 전년(24.1%)보다 7.5% 증가했다. 벤처기업의 수출 상대 1위는 전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18.6% → 25.8%)로 바뀌었다.
기업당 평균 영업이익은 2억6700만원으로 전년(2억6000만원) 대비 2.6% 증가했으며, 평균 순이익은 1억6000만원으로, 전년(1억7800만원) 대비 8.9% 감소했다. 벤처기업들의 금융비용(이자비용) 증가(전년 대비 11.5% 증) 등으로 영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은 130.6%로 전년도(136.8%)보다 소폭 감소했으며, 이는 대기업(95.5%)보다 높고 일반 중소기업(163.2%) 보다는 낮은 수치다.
2017년 벤처기업 종사사 수 합계는 76만2000명으로, 이는 삼성 등 5대 그룹의 종사자 수 총합(75만600명)을 상회하는 수치다. 벤처기업 평균 종사자 수는 21.7명으로 전년(20.8명) 대비 4.3%(기업당 0.9명) 증가했고 전체적으로는 3만1000여명이 증가해, 지난 한 해 조선업 등 일부 업종 불황(종사자 수 2만1000명 감소)에도 벤처기업이 이를 상쇄해 우리나라 전체 고용인원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기업이 영업이익률에 비해 고용증가율이 낮은 고용 없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중기부와 벤처기업협회는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기업은 매출액 9.5%(1272조원→1393조원)와 영업이익 54.8%(77조원→119조원) 증가했으나, 종사자는 전년 대비 0.1%(140만5000명→140만3000명) 감소했다.
벤처기업은 전년에 이어 2017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기술혁신 역량 강화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의 매출액대비연구개발비율은 3.5%로, 지난해(2.9%) 보다 20.7% 증가해 일반 중소기업(0.7%), 대기업(1.5%)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업당 산업재산권 보유 건수는 8.7건으로 전년도(8.1건)보다 0.6건 증가했으며, 세부적으로 특허(5.8건), 상표(1.3건), 디자인(1.0건) 순이다. 전반적인 저성장 국면에서도 벤처기업은 연구개발 투자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고도화되어가는 시장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 주력제품(서비스)의 기술수준 평가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와 동일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라고 응답한 벤처기업이 5.9%이며, 국내 최고와 동일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라고 응답한 벤처기업이 43.5%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방송서비스 업종이 세계 최고와 동일 수준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7%로 가장 낮게 나타난 반면, 컴퓨터/반도체/전자부품은 9.8%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국내 최고와 동일 수준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정보통신/방송서비스 업종이 24.6%로 낮게 나타났고, 기계/제조/자동차 업종이 53.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타(매출구조, 불공정거래, 경영애로)
벤처기업의 주요 매출 경로는 B2B(기업 간 거래)가 73.6%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B2G(기업-정부 간 거래) 15.4%, 해외매출 7.4%,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3.7% 순으로 조사됐다.
B2B 대상별로는 벤처기업이 다른 중소·벤처기업(48.7%)과 하는 거래 비중이, 대기업(12.8%), 1·2차 벤더(12.1%)와 거래하는 것보다 컸으며, 업종별로는 '음식료·섬유·(비)금속'은 B2C가, '소프트웨어 개발'은 B2G가, '에너지·의료·정밀'은 해외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B2B 거래에서 벤처기업의 불공정거래 경험 여부는 전년 조사와 비교해 '대기업(소속사 포함)과 거래 시'가 13.1%→5.3%, '대기업 1,2차 벤더와 거래 시'가 11.4%→4.1%, '중소·벤처기업과 거래 시'가 11.3%→3.9%로 감소했다.
지난해 벤처기업이 겪은 경영애로사항으로는 자금운용 애로가 74.6%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인력(63.1%), 국내 판로개척(51.8%) 순으로 조사됐다.
중소·벤처기업은 여전히 자금, 인력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자금부분은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고(자금조달의 60.5%를 정부지원에 의존) 이외 투자·IPO·회사채 발행에 의한 자금조달 규모(0.2%)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벤처기업의 영업, 마케팅 활동은 '자체 유통망에 의한 직접 영업'이 대부분(72.0%)을 차지하고 있고, 홈쇼핑 등 전문 유통기관 채널 이용은 3.9%에 그쳐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2018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는 벤처기업협회가 지난해 말 기준 벤처확인기업 3만5187개 기업 중 2059개 표본을 대상으로 지난 8월8일부터 10월19일까지 진행했다. 신뢰도 95%, 표본오차 ±2.03%다.
석종훈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벤처기업 정밀조사 결과와 관련 "규제 샌드박스 시행 등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벤처투자의 지속적인 확대를 통해 벤처가 혁신성장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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