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5·18 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을 재판 중인 법원이, 피고인이면서도 법정에 두번째 불출석한 전 대통령 전두환씨에 대해 강제구인하겠다고 경고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7일 전씨에 대한 두번째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고는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기일을 오는 3월11일 오후2시30분으로 다시잡고 이 날자로 구인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구인영장은 법원이 피고인이나 사건 관계인 등을 일정 장소로 강제출석시키기 위해 발부하는 영장이다. 구인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영장 대상자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이날 전씨 변호인은 법정에서 "독감과 고열로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씨의 상태를 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가 2011년 12월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를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씨는 2017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으로 표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2월 다섯달 동안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헬기사격은 시위 군중을 강제로 해산시키는 한편 전남도청 앞에 있던 공수부대와 새로 투입된 20사단 병력을 교체하려는 과정에서 비무장상태 시민들을 향해 이뤄졌다”고 결론냈다.
검찰은 전씨를 지난해 5월 기소했지만 본격적인 공판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광주에서 재판받는 것은 지역감정에 의한 불공정 재판'이라는 등 주장을 하면서 관할 이전을 요구하거나 알츠하이머 투병 등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재판 받기를 거부했다.
전씨의 재판 지연에 대해 5·18 희생자들과 유족은 물론 국민 여론까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전씨 부인 이순자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씨를 '민주화의 아버지'로 지칭하면서 "조금 전 일도 기억 못하는 사람에게 80년대 일을 증언하라는 것은 코미디"라고 망언했다.
전씨 사망 이후 처우와 관련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4일 전국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5%는 ‘법 개정을 해서라도 국립묘지 안장을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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