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8일부터 1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다양한 혁신 기술들을 선보였다. 올해는 단연 자율주행, 가상현실, 차량 엔터테인먼트 등이 화두였다.
최근 몇년간 유명 국제모터쇼는 업체들의 이탈 속에 흥행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반면, CES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각축장으로 변모하면서 자동차 분야에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CES가 아니라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발달할수록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운전자가 휴식을 취하거나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 화상회의 등 움직이는 사무실 등으로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아우디는 디즈니와 협업을 통해 VR 콘텐츠를 선보였다. 뒷좌석 승객은 마블의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되며, 차량의 움직임과 가상현실 속 우주선의 움직임이 연동된다. BMW가 공개한 'BMW 비전 i넥스트'를 통해 운전자는 자율주행은 물론 회상회의 등 다양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진화하면 그만큼 운전자의 주행 부담이 완화되어 차 안에서의 생활을 영유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카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분야가 열렸고, 여기서 기회를 잡기 위해 자동차업체들은 가상현실이나 문화콘텐츠 등과의 융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CES에서 선보인 기술이 곧바로 양산 모델에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생각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글로벌 메이커들은 미래차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 트럼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감수하고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급박한 흐름 속에 국내 자동차 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현대·기아자동차는 CES에서 걸어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 콘셉트카,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 등을 선보였고 수소전기차 분야를 주도하고 있지만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에서는 아직 글로벌 업체들과의 격차가 존재한다.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등은 몇년 간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보니 미래차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해고자 복직으로 인한 비용 증가, 한국지엠은 악화된 노사 관계 및 끊이지 않는 철수설,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 위탁생산 종료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게다가 완성차 업계의 침체로 인해 부품 업계는 고사 직전의 위기에 놓였다.
멀게만 느껴졌던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의 개념이 빠른 속도로 현실 속에서 구현되고 있다. 국내 업계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현재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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