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10대그룹 총수들을 포함한 대·중견기업 경영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규제 개혁을 포함 기업 환경을 개선시키는 데 정부가 많은 노력을 쏟아주기를 한 마음으로 염원했다.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된 '2019 기업인과의 대화'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주재했다. 박 회장은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기업인들의 삶과 마음을 헤아려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요청을, 기업인들에게는 "제도나 정책 등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달라"는 당부를 각각 전하며 토론을 시작했다. 박 회장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고른 발언 기회를 제공하는 등 두 시간여 이어진 토론을 순조롭게 이끌어 명실상부한 재계 수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박 회장은 회의를 마친 후 "민간한 이슈를 포함해 기업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렸다"며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최태원 SK 회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기업인들이 전한 현장의 모습은 다양했지만 키워드는 같았다. 바로 혁신성장과 규제개혁. 가장 먼저 발언 기회를 얻은 황창규 KT 회장은 5세대(G) 이동통신과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규제를 언급했다. 황 회장은 "최근 정부가 기업 투자 전반을 강화하고 규제완화를 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더 풀어달라"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혁신 성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경제 실현에 대해서도 건의했다. 최 회장은 "첨단산업 이외에 혁신 성장의 또 다른 대상이 사회적 경제"라며 "사회적 기업은 고용창출에 상당한 잠재력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사회적 경제 고용창출 비중은 전체의 6.5%인 반면 한국은 1.4%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법안 진행이 잘 안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최 회장은 또 "혁신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 필요하다"며 가치관의 변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 중 최고연장자인 손경식 CJ 회장의 존재감도 남달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으로 더 활발히 활동 중인 손 회장은 청와대로 향하기 전부터 "다 중요한 이야기"라며 경제 전반에 걸친 폭넓은 건의를 예고했다. 행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며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규제 개혁에 대한 소망은 중견기업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대한상의의 중견기업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호소하고 입증하는 현재의 방식보다는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케하고 입증에 실패하면 자동 폐지토록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규제 5332건 중 절반에 가까운 2639건을 폐지·완화했던 과거 교육개혁의 사례를 들며 "정부가 행정명령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규제개혁을 단행한다면 국회도 법률에 대해 같은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정부의 적극적 행동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기업인들은 어려운 경제 환경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시장이 축소됐다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며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하강 사이클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게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비와 기술, 투자 등 방면에서 노력해 내년에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하게 성과를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3년간 일자리 4만명 계획도 꼭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128명의 기업인 참석자들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로 사전 집결, 전세버스를 타고 함께 청와대로 향했다. 주요 그룹 총수 중에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가장 먼저 등장해 이목을 끌었고, 손경식 회장, 구광모 LG 회장, 황창규 KT 회장 등이 연이어 대기 장소로 도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나타났을 때는 많은 취재진이 몰려 혼잡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행사를 마친 후에도 기업인들은 버스를 타고 경복궁 동편 주차장으로 함께 이동, 집으로 돌아갔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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