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통화정책을 완화 쪽으로 선회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숨통이 틔였다.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역전 상황에서 양국의 금리차가 더 벌어질 것을 우려하던 한은 입장에선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대해 "시장 생각보다 더 도비시(완화적) 입장이었다"며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총재는 "눈에 띄는 대목은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갖겠다는 것과 대차대조표 정상화 정책도 경제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문구를 삭제한 점도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FOMC에서 경제전망에 대한 리스크 평가가 빠진 것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으니 연준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은은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를 올리면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커져 국내 경기 둔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 우려되고, 금리를 내리면 한미 금리 격차가 더욱 커져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이번 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상단기준)로 유지되면서 한은은 당분간 금리 인상의 부담을 덜게 됐다.
앞으로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은행의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코픽스(COFIX) 금리가 전달 대비 올랐지만, 장기 시장금리는 하향 안정세인 탓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09%로 전월대비 0.17%포인트 떨어지며 2017년 6월(2.08%) 이후 가장 낮았다. 여기에 올 7월 이후 변경된 코픽스를 적용하면 대출금리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금융위원회는 예상하고 있다.
앞서 미 연준은 29~30일(현지시각)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 2.25~2.50%로 동결했다. 연준은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한편 보유자산 축소 계획의 속도 역시 늦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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