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7~28일 베트남 개최로 확정되면서 주요 의제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둘러싼 양국 간 의견조율이 회담 직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중재노력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오전 9시 시작해 오후 2시쯤 끝난 것과 달리 이번 베트남 정상회담은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 회담 당시 합의문을 놓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선언적 내용'이라는 비판이 나온 점을 감안해 북미가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을 도출하는 데 골몰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간단치는 않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이 기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영변 핵시설 폐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와 대북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이른바 '스몰딜'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한미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은 "북한은 여전히 미국인의 안전과 안보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며 "북한과 어떤 대화의 목표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몰딜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그대로 놔둔 채 미 본토에 가해지는 위협만 일부 해소하며 대북제재 완화에 나서는 꼴이기 때문이다. 향후 추가적인 비핵화 협상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대북제재 빗장이 풀린 만큼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추진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 내부의 이견해소가 어디까지 조율됐는지도 관건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제1단계 조치(영변 핵시설 영구폐기)뿐만 아니라 제2단계 조치, 나아가 비핵화 로드맵까지 합의하려면 미국도 제재완화 문제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진행된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에서도 이 부분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협상에서 어느정도 의견접근을 이뤘다 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양 정상이 회담을 통해 직접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국이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합의하게 되면 올해 내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를 시작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지는 남북미중 4자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6일 "2차 북미 정상회담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도 베트남 다낭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미·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리게 되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 간 협의의 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논의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 철도·도로연결 등 남북 경제협력도 한층 힘을 받을 수 있다. 남북 정상은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교류·협력을 증대시키는데 합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많은 남북 경협사업들이 대기 중이지만 대북제재의 벽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 궤도에 들어설 경우 이는 다시 북한 비핵화 진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는 의견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남북관계 선순환을 위해 남북 정상이 어떤 형태로든 마주앉아 회담 결과를 공유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 막후에서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스톡홀롬 실무협상 과정에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우리 측 협상단이 참여해 수시로 의견교환에 나서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위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도착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