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본사 "한국은 큰 딜러시장 불과"
본사 고위 임원 "한국은 큰 딜러시장 불과"…수익성 낮아 판매법인만 남겨둘수도
2019-02-11 06:00:00 2019-02-11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제너럴모터스(GM)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큰 딜러 시장에 불과하다.”
 
미국 디트로이트 GM 본사 소속 회사 고위 임원이 한국지엠의 장래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이다. 한국지엠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10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GM 본사 고위 임원이 한국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그는 GM의 글로벌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GM 최고 경영진의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한국에서 더 이상 GM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가 한국 자동차 생산 철수의 시작이라는 시각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GM이나 한국지엠의 공식 입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GM의 시각으로 놓고 봤을 때, 한국은 회사가 진출한 여러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영전략에 맞춰 (한국에서)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판매법인만 남겨두고 생산시설은 철수시킬 가능성은 늘 열어놨을 것”면서 “고위 임원의 말은 이 같은 GM의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최근 GM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미국 디트로이트뉴스 등 현지 매체들은 GM이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봉급근로자 4250여명 해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GM이 발표한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당시 GM은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모두 7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북미에서 1만여 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6일에는 2018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했는데, GM은 1.43달러의 조정 후 주당 순익(EPS)을 신고했다.
 
현지 언론들은 잭스인베스트먼트가 취합한 시장전망치 평균(1.24달러)을 15% 이상 웃도는 수치라며, “GM이 시장 기대치를 가뿐히 넘었다”고 전했다. 특히 GM은 이번 실적 개선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달성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직원 해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호실적 발표로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마크 로이스 GM 사장은 “그동안 실행에 옮긴 어려운 결정이 한층 나아진 전망을 낳게 했다”면서, 체질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 추진을 가속화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GM과 르노가 국내 철수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리 바라 GM CEO가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관건은 GM이 아직 폐쇄대상으로 공개하지 않은 두 곳의 ‘수익성이 낮은 글로벌 사업장’이다. GM은 산업은행으로부터 7억5000만달러(약 8100억원)를 출자 받는 조건으로 한국지엠을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출자전환 이후에도 한국지엠은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말리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지만 오히려 판매량이 감소했고,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 가동률은 30% 수준으로,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공장 가동률도 50% 이하로 떨어졌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내수 9만3317대, 수출 36만9554대로 전년 대비 각각 29.5%, 5.8% 감소했다. 더구나 지난달 내수 판매는 5000대를 간신히 넘길 정도로 실적이 악화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군산 공장 폐쇄 이후 철수설에 대한 우려로 한국지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GM 본사 입장에서 한국시장은 ‘원 오브 뎀(One of them)’과 다를 바 없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 자동차의 최대주주인 프랑스 르노도 서서히 한국 철수를 모색하고 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담당 부회장은 지난 1일 3분짜리 영상 메시지에서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으로 공장 가동 시간이 줄어든다면 르노삼성이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과 로그 후속 차량에 대한 논의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오는 9월까지 닛산 로그 위탁생산을 진행한다. 위탁물량은 지난해 기준 10만7245대로 전체 생산량의 47.1%, 수출량의 78.2%나 차지한다. 만약 로그 물량을 다시 배정받거나 대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현재까지 르노삼성 노사는 기본급 인상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2018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은 사회적 책임, 도덕적 의무 등이 강조되지만 GM이나 르노와 같은 외국 기업은 철저히 수익성을 따진다”면서 “노조도 강력한 노사 대립을 통해 철수를 막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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