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추락사고 원인, 4차 산업기술로 막는다
안전 취약 가설 공사에 IoT 적용…"로봇이 가설 자재 운반·조립"
2019-02-12 14:22:19 2019-02-12 15:52:27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건설 시공 과정에서 임시로 설치하는 시설물인 가설재 부문에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안전은 물론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도 가능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초기 적용에는 비용 부담이 우려되지만 장기적으로 가설 산업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가설협회는 ‘가설재 이력관리 시스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가설 자재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몇 차례에 걸쳐 쓰였는지, 사용 과정 중 어느 정도의 하중을 견뎌왔는지 등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가설물은 건물을 시공할 때 건물의 바깥 면에 세워서 고정한 철근이나 사람이 허공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 발판 등 임시로 설치하는 시설이다. 협회는 이런 가설 자재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부착해 사용 환경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IoT 센서를 부착하면 이력 관리뿐만 아니라 현재 건설현장에 설치된 가설재가 어느 정도의 무게를 버티고 있는지 등도 파악할 수 있어 가설물과 작업자의 안전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그동안 가설 분야에서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았다. 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산업재해분석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사망한 816명 중 37.5%인 306명이 가설건축구조물에서 발생한 사고를 당했다. 그 중에서도 건설업이 215명으로 제조업, 광업 등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고 발생 원인 중에서도 가설건축구조물이 가장 높았다. 

또 가설물 사고는 중대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작업 발판이 추락하는 경우에도 최소 1명이 사망하고, 가설 구조물 붕괴 시에는 3~4명 이상 사상한다. 지난해 3월 발생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공사현장 추락사고도 가설물 붕괴가 원인이었다. 당시 노동자 3명은 55층 높이로 설치된 가설 작업대에서 건물 외벽 유리를 설치하다가 추락해 사망했고, 지상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1명도 구조물에 맞아 숨졌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면 이러한 안전 사고 위험을 덜 수 있다. 협회는 IoT 센서 부착을 통한 이력관리 시스템으로 가설 자재의 과거 이력과 현재 안전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국내에서 4차산업혁명 기술을 가설 분야에 도입한 첫 사례가 된다.
 
최명기 협회 가설기자재 시험연구소장은 "사람이 일일이 가설 자재를 조립하는 현재의 설치 방식을 탈피해 로봇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사람이 작업하면 일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로봇을 이용해 가설재를 운반하고 조립하면 작업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고 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30~40년 후에는 가설재를 아예 사용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미래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건설 방식이 보편화돼 가설재가 불필요해진다는 분석이다. 최 소장에 의하면 이미 중국과 미국 등은 거대한 3D 프린터를 이용해 2~3층 규모의 저층 건물을 짓고 있다. 3D 프린터에 건물의 설계도면을 입력하면 이에 맞춰 작업 기계가 콘크리트를 분사하고 건물을 짓는 방식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연구개발 인프라조차 미미하다. 가설 분야에 적용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일부 건설사에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가설협회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책적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건설기술연구원 측은 “가설 분야에서 기술 개발 계획은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도 “우리 부서가 건설에 관한 대부분의 사업을 진행하지만 가설 분야에서 진행하고 있는 4차산업혁명 기술 개발은 특정한 안이 없다”라고 했다.

최 소장은 4차산업혁명 기술의 초기 도입 비용을 걸림돌로 꼽았다. 가설 자재에 IoT 센서를 부착하는 계획에 1~20위 정도의 주요 가설 업체들은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영세 가설 업체들은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센서 부착으로 비용이 오르면서 재정적인 부담이 커지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가설 산업은 건설업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건설에서는 4차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데 가설 산업이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거의 방식으로만 산업을 유지할 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가설도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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