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검찰이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들의 공소사실에 언급된 '사법농단 재판청탁' 관련 정치인들도 비상이 걸렸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전·현직 의원들 문제는 법원 내부 인사들과 공범 여부를 검토해봐야 해 내부 인사 처리가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이미 상당부분 확인했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조사가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3월 중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시기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정치인은 더불어민주당 3명·자유한국당 3명 등 총 6명으로 추려진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19대 국회 시절인 지난 2015년 5월경 국회 파견 판사를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지역구 관계자 아들이 강제추행미수 재판에서 벌금형의 선처를 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당 유동수 의원은 20대 국회 첫 해인 2016년 6월경 '4·13 총선' 당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뒤, 임 전 차장 측으로부터 양형검토 등 2심 재판에 대응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헌 전 의원은 2014년 11월경 임 전 차장과 상고법원 도입 문제로 면담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동서이자 보좌관인 A씨의 정치자금법위반 재판에 대한 선처를 요청했다.
한국당 홍일표 의원은 2016년 11월경 임 전 차장에게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대한 '방어방법과 예상형량 등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같은 당 이군현 전 의원과 노철래 전 의원은 2016년 8월 자신의 정치자금법위반 재판에 대해 각각 '양형검토'와 '선처' 등 재판민원 혜택을 받았다. 특히 한국당에는 아직 베일에 싸인 현직 의원이 한 명 더 있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수사에서 '이철래·노군현 전 의원의 재판을 청탁한 법사위원이 있다'고 진술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함구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해당 법사위원을 밝히라'며 압박했지만, 한국당은 침묵해왔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조사 과정에서 일부 의원에 한해 몇 차례 서면조사 등을 진행했지만, 이들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 정치권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민주당은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데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재판 중인 상황에서 소속 의원들이 추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여당으로서 이미지 실추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침체를 면치 못하다,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홍준표 전 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등판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껏 고조된 분위기가 꺾일까 노심초사다.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재판청탁 진상규명특별위원장인 채이배 의원은 지난 7일 대법원을 방문해 "입법부와 사법부 간 재판청탁·재판거래 관련 문건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오른쪽부터) 의원, 김관영 원내대표, 오신환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국회의원 보고서' 등 재판거래 17개 의심문건 및 국회의원 재판청탁 관련 자료 제출 요구 목록을 들고 지난 7일 대법원을 항의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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