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센트로폴리스 빌딩. 건물 로비 게이트에 설치된 모니터에 얼굴을 비추자 출입카드(ID카드)를 대지 않고도 출입문이 열렸다. 인공지능(AI)과 연결된 카메라만 응시하면 출입카드 또는 지문인식 없이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AI가 얼굴의 피부톤, 골격, 머리카락 등 3000개가량의 특징을 찾아내 출입이 가능한 인물인지 확인한다. 때문에 안경을 벗어도 정확하게 본인을 인식한다. 일란성 쌍둥이도 구별해낸다고 한다. SK텔레콤 5세대(5G)스마트오피스가 위치한 28층 사무실 앞에서도 출입문 좌우와 상단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안면인식이 이뤄져 출입문이 열렸다. 게이트부터 28층 사무실 자리에 앉기까지 ID카드 없이 자연스럽게 통과가 가능했다.
SK텔레콤 5G스마트오피스는 이 건물 27~29층에 위치했다. 지난해 말부터 사무실 곳곳에 AI와 5G를 심으며 준비했다.
SK텔레콤 모델들이 안면인식을 통해 출입증이나 지문인식 없이 사무실에 출입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사무실에 들어서자 임원실과 고정석, 케이블, 칸막이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사무실 입구에는 스마트오피스 예약 시스템이 자리했다. 당일 업무 특성에 맞게 스마트오피스 예약시스템을 통해 자리를 직접 지정해 앉는 방식이다. 출근 후 키오스크를 통해 예약하거나 미리 웹페이지에서 예약을 할 수 있다. 원하는 자리를 정했다면 스마트폰을 도킹 패드에 꽂아 공용 PC를 통해 업무를 시작하면 된다. 개인 노트북이나 PC 없이도 도킹 패드에 스마트폰만 꽂으면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과 즉시 연동돼 업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공간 제약 없이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된다는 얘기다.
SK텔레콤 신상규 ER그룹장은 "5G스마트오피스는 단순 공간 혁신이 아니라 5G와 정보통신기술(ICT)이 애자일(Agile·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민첩한 조직 형태) 방식과 결합해 조직의 유연성을 극대화하고, 업무생산성과 워라밸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왼쪽으로 들어가니 가상회의실이 나왔다. 원거리에 떨어진 사람과는 T리얼 텔레프리즌스로 회의가 가능하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 수 있는 혼합현실(MR) 기술인 T리얼 텔레프리즌스는 멀리 떨어져 있는 회의 참가자들이 증강현실(AR)글라스를 쓰고 동일한 공간에 모여 있는 것처럼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이날 파리 지사에 있는 현지 직원과 가상의 사무공간에서 만나 게임 캐릭터 모션(동작)과 의상 등 초고화질·대용량 파일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모의 회의가 진행됐다. 세계 각지의 회의 참가자들이 한 방에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AR글라스를 쓰면 가상공간에서 대용량 영상 자료나 3차원(3D) 도면을 함께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5G 보편화를 통해 MR회의를 홀로그램 영상회의로 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5G스마트오피스 도입 이후 출장 건이 28% 정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직원들이 AR글라스를 착용하고 T리얼 텔레프리즌스로 가상공간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5G스마트오피스에는 2000개가량의 센서가 심어져 있다. SK텔레콤은 사무실 천장, 주차장, 복도는 물론이고 지능형 CCTV, AI자판기, 심지어 화장실 문고리에도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했다. 이 센서를 통해 공간의 온도와 밝기, 습도 등의 환경, 기기 상태, 이용빈도 등 각종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돼 서버에 전송된다.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업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에어컨 등을 제어하고, 공간 사용 정보를 분석해 사용 빈도가 낮은 공간에 대한 재배치 등 효율적인 공간 관리가 이뤄진다. 이런 과정은 AI 기반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자동으로 처리해준다.
SK텔레콤은 센트로폴리스 빌딩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스마트오피스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낙훈 SK텔레콤 5GX IoT·Data그룹장은 "데이터를 쌓아 서비시 구현력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5G스마트오피스가 확대되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정보, 의료, IT서비스, 교육 등 지식 집약적 산업의 종사자들의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