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의사가 신발 특허 낸 사연…"관절수술 잘했단 말 듣고 싶었다"
수술 환자 맞춤형 기능성 신발로 특허 획득한 남창현 목동 힘찬병원 원장
"조인트슈즈, 발목 안정적으로 잡아줘…조기 실외 보행 운동 가능"
2019-02-17 06:00:00 2019-02-18 16:20:3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손상된 뼈를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해 통증을 없애고 정상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치료 방법이다. 빠른 고령화 사회 진입과 연간 80만명을 넘어선 국내 무릎관절염 환자에 주요 치료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양 쪽 기준 5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회복과 일상복귀를 위한 재활치료는 제한적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빠른 일상복귀를 위해 실내 보행운동이 재활의 핵심이 되지만, 수술로 인한 부종에 맞는 신발이 없는 환자들이 걷기를 두려워하거나, 불편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랜 수술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정형외과 전문의인 남창현 목동 힘찬병원 원장은 이 같은 환자들의 불편함과 불안함을 해소하고 조기 일상복귀를 돕기 위해 환자 전용 기능성 신발인 조인트슈즈를 개발, 국내 특허까지 획득했다. <뉴스토마토>는 전문 의료인으로써 생소했을 신발 개발 구상부터 개발과정, 향후 활용 계획 등에 대해 남창현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남창현 힘찬 목동병원 원장은 인공관절수술 환자들의 빠른 일상복귀를 위해 기능성 신발인 '조인트슈즈'를 개발했다. 사진/정기종 기자
먼저 조인트슈즈란 무엇인지 설명 부탁한다.
 
조인트슈즈는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수술로 인한 불편감을 개선하고 재활 치료를 돕고자 개발된 기능성 신발이다. 이수찬 대표원장과 함께 직접 개발했다. 무릎 인공관절 치환 수술 및 발목 수술 환자를 위한 재활 운동용 신발로 개발돼 환자들의 편의를 도울 예정이다.
 
인공관절술의 주원인인 퇴행성 관절염은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지는 무릎 내반 변형으로 다리 무게 중심축의 변형이 생긴다. 인공관절술로 변형된 무게 중심축이 정상으로 교정되는데, 급작스런 무게 중심 변화에 적응할 때까지 통증 및 발목 불안정감을 호소할 수 있다. 또 수술 후 하지의 부종이 매우 심각한 경우 환자가 평소 신던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조인트슈즈는 이런 불편함 개선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신발'로 제작됐다. 수술 후 3~6개월의 재활기간 동안 착용을 권한다. 신발에 발목 고정 밴드가 부착돼 발목 부위를 감싸며 환자의 발과 발목을 동시에 지지하면서, 수술 환자들의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발목 통증을 완화시키고 발목에 안정감을 제공한다. 그동안 마땅한 대안이 없어 일반 신발로 재활치료를 받았던 것과 달리, 조인트슈즈는 맞춤슈즈로 착용이 용이하고 재활 운동의 편리성을 향상시켰다.
 
현직 의료진으로서 재활전용 신발의 개발 및 특허등록이란 이력이 독특하다. 개발배경은.
 
인공관절 수술은 상당히 고가의 수술이다. 보통 의료보험을 적용해도 한 쪽에 300~400만원 정도가 든다. 양 쪽 모두 수술은하면 500~600만원이다. 이런 고가의 수술을 받고 다리 부종 때문에 한동안 자신의 신발을 신을 수가 없어 운동화를 구겨 신거나 슬리퍼를 신고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보통 수술 이후 8일이 지난 뒤 퇴원해 3주 정도 있다가 경과를 보기 위해 첫 외래 방문을 하는데 불편한 신발 때문에 대부분 환자들의 표정은 두려움과 불편함, 불안정성들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환자들도 이런 부분을 호소했다.
 
인공관절 수술 이후 실외 걷기 활동은 재활 기간을 단축시키고 근력을 강화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충분한 걷기는 근력 강화를 돕고 재활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걷기 적합한 신발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회복과 재활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슬리퍼나 구겨 신은 신발로 걷기 운동을 하다보면 넘어질 위험이 크고, 계단 이용에 어려움을 겪어 이런 부분을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조인트슈즈를 개발하게 됐다.
 
조인트슈즈를 착용함으로서 기존 일반 회복과정과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조인트 슈즈가 있으면 수술 이후 2주 이후에 실외 보행운동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한 달에서 두 달 이후에나 가능하고, 그나마 계단 있는 곳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었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문의하는 것 중 하나도 수술하고 나서 계단이 많은데 어떻게 이동하는가라는 부분이었다. 회복도 회복이지만 수술 이후 발에 맞는 신발이 없어 환자들이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배경이었다. 실외 보행운동은 환자 재활과 회복에 굉장히 중요하다조인트슈즈가 있으면 부은 환자 발에 딱 맞을 뿐만 아니라 발목 밴드를 통한 안정감 강화를 통해 보다 빠른 회복과 일상복귀가 가능해진다.
 
남창현 원장이 수술 환자에게 조인트슈즈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힘찬병원
 
취지는 좋지만 의료인으로서의 신발을 개발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개발 과정의 어려웠던 점을 꼽자면.
 
당연히 시행착오가 상당히 많았다. 전문적으로 신발을 제작하는 사람도 아니고, 제작을 맡은 신발업체도 의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도안을 그리고 세부 설명을 달아 의뢰해야 했다. 적어도 수십개의 모델은 만들었던 것 같다. 기능성 신발인 조인트슈즈는 환자의 발목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발목 스트랩(밴드)이 특허의 핵심이다.
 
기능성 신발인 만큼 안정감을 강조하면 신발이 무거워 지고, 가볍게 만들려고 하면 기능성이 떨어졌다. 이 두 요소의 무게 중심을 맞추는 것이 개발 과정의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실제로 지난 2016년 초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연구개발 끝에 201731차 모델이 나오긴 했었다. 하지만 초기 형태의 당시 모델은 밴드와 클립도 여러 개였고, 주 사용층인 어르신들이 신기에 다소 어려운 부분, 무게감 등의 단점이 있었다. 다음 달부터 환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신형 모델은 이런 보완점들을 반영해 기능성은 살리면서 가볍고 신기 편하게 개량한 것이 특징이다.
 
향후 조인트슈즈의 활용 계획은.
 
국내 특허출원에 이어 미국 특허 획득 역시 계획 중이지만, 일단 다음 달부터 목동 힘찬병원 수술 환자들에게 적용해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에서 추시관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 사용자인 수술환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의견 수렴을 통한 추가적인 보완 사항을 점검해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기능성 신발로 진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당장 돈을 위해 판매에 초점을 맞출 계획은 없다.
 
무엇보다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고자하는 취지에서 개발된 조인트슈즈를 힘찬병원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인공관절수술을 하고 나면 병원에서의 재활 치료는 수동관절운동(물리치료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관절을 접었다 펴는 재활활동)에 그쳤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사실 수동관절운동의 재활 효용성은 크지 않다. 관절이 접혔다 펴지는 부분은 한 달 정도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조기보행과 근력 강화가 재활에 훨씬 중요한 만큼 실외 걷기 활동을 통한 재활이 빠른 일상복귀의 핵심이 된다.
 
수술 후 회복에서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기간의 가교역할을 하는 조인트슈즈를 활용함으로써, 수술 뿐 만 아니라 환자의 재활까지 앞당길 수 있는 치료 프로세스를 구축하려고 한다. 의사가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낄 때는 내가 수술한 환자가 퇴원 이후 환하게 웃으며 수술받길 참 잘했다는 말을 할 때다. 조인트슈즈를 통해 환자의 재활 및 일상생활 복귀가 단 일주일이라도 단축될 수 있다면 개발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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