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올해 겨울에는 가족이나 개인단위로 지역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이 유독많다. 최근 2~3년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우려로 행사를 자제해 오던 지자체들이 다시 각종 행사를 열면서다. 가축질병도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덕이다. 1년전에는 AI가 383건 발생했는데 이번 겨울엔 22건으로 '뚝' 떨어졌다. 2월 취임 반년을 맞는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성과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했다며 올해 업무보고에서 이례적인 칭찬도 마다하지 않은 이유다. 황금돼지띠기도 한 이 장관은 올 연말 '따뜻한 농정'을 피부로 체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한다. 그가 그리는 사람중심의 농정개혁 방향은 어떤 모습일까.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진/농식품부
2월13일이 취임 6개월이다. 지난 반년 간 가장 중점을 둔 정책은 무엇이며, 성과는 무엇인가.
최근 현장 방문지에서 진행자가 "AI를 잘 막아주셔서 3년 만에 해돋이 행사를 한다. 2년간 못하고 3년 만에 재개했다"며 박수까지 받았다. AI의 조기 확산 방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백신 사전비축, 오리사육 제한, 가상방역훈련 등 강력한 예방과 신속한 대응으로 가축질병이 크게 줄었다. AI발생건수를 보면 2016~2017년 동절기에 383건이었는데 2017~2018년 동절기는 22건으로 급감했다. 구제역 또한 2016년 21건에서 2017년 9건, 지난해에는 2건까지 떨어졌다. 쌀값회복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쌀 수급안정대책 수립, 논 타작물 재배 지원 등을 실시한 결과 20년전 수준까지 떨어졌던 쌀 산지가격이 회복된 것이다. 이처럼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했다는 외부 평가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농식품부가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공익형 직불제 개편이다. 직불제 개편의 이유와 구체적인 방향은.
현재 직불제는 쌀과 농지 규모 중심으로 돼 있어 쌀의 생산과잉을 유발하고, 소농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농가소득의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쌀 수급균형의 회복, 농업의 공익적 가치보전과 농촌공동체 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우선 소규모 농가에는 경영규모와 관계없이 기본직불금을 지급하려고 한다. 또 재배 작물 종류에도 관계없이 지급할 것이다. 특히 경영규모에 따라 역진적인 단가를 적용해 대농 집중을 완화하고, 중소농을 배려해 직불제가 소득 재분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중소농가의 소득을 보전하면서도 농가 스스로가 '사회적 책임 농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직불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심의 단계에 있는데 법이 개정되면 올해 상반기까지 세부 시행방안을 확정해 2020년부터 개편된 직불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고용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좋은 흐름이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수는 9만7000명 증가에 그쳐 2009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지만 농림어업 분야의 월 평균 취업자수는 전년대비 6만2000명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고용안정망 역할을 수행했다. 전체 고용상황이 악화한데도 농립어업 분야의 취업자수가 호조를 보인 데는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및 귀농·귀촌 증가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 농업구조적 변화, 정책 지원 등의 복합적 영향으로 분석된다. 장년층은 소규모 농업에 종사하고 청년층은 농업분야에서 창업 또는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 시설·축산 농업의 규모화가 진전되고, 농업법인이 증가하면서 사업 범위가 확대됐다. 농업 관련 사업범위가 가공·유통·서비스업으로 확장하면서 산업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책 지원도 있었다. 청년 영농정착 지원과 농업법인 취업 지원 등이 확대되면서 청년들의 농업농촌분야 유입도 늘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6일 청촌공간 1호점 개소식에 참석해 "청촌공간이 도전하는 청년, 귀농·귀촌인들의 창업·창농·창작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청촌공간은 사용하고 있지 않은 농협 하나로마트를 리모델링하여 창업공간으로 조성한 것으로 농식품부는 농촌에 있는 유휴시설을 리모델링해 창업공간으로 조성·제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같다. 올해 동물간호복지사, 산림레포츠지도사, 양곡관리사 등을 신설한다는 부분이 눈에 띄는데.
반려동물 사육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동물간호 관련 전문 일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동물병원 이용이 증가하고 있고, 노령견 등을 간호할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 '동물간호복지사'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현재는 수의사법상 동물간호 관련 직업군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에 동물병원에서는 일반인을 고용해 단순보조업무만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의사법에 동물간호복지사 직업군 정의, 자격시험 운영, 양성기관 평가 등을 반영해 개정하려고 한다. 산림레포츠지도사의 경우 산림휴양법 개정을 추진해 산림레포츠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거나 지도 및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자격을 신설하려고 한다. 쌀 품질고급화를 위해서는 양곡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양곡관리사 민간자격 제도를 신설하는데 올 4분기에 제 1회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기존에 도시농업관리사나 재활승마지도사 등을 활성화해 전문 일자리 확대에 기여한 바가 있다. 이번에 새로 자격과 직종을 도입하는 부분들은 고용과의 연계를 통해 농식품 분야의 일자리 기반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농가에서는 생산비와 선별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 대책은.
2년간 최저임금이 각각 16.4%, 10.9%로 두 자릿수씩 인상되면서 농업분야 부담경감을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을 확대해 왔다. 고용보험 가입의무가 없는 5인미만 농가도 지원대상에 포함해 지원했고, 지난해 2월에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야간근로수당 등 비과세 대상에 농업도 포함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그간 안정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왔던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고용부와 협의해 38개 시군에서 2936명을 지원했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외에도 농업인의 경영비 절감방안을 위한 간접 지원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농협 농촌인력중개센터(72개소)를 강화해 농업분야 특화된 인력 지원을 위한 영농작업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만40세미만의 농업분야 취업 희망 청년층에 농업법인 실무연수 지원을 통해 농업부문 신규인력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 등 인력지원도 강화할 건데 고용부 관련지침에 따라 현물숙식비 공제가 합법적으로 가능한 만큼, 농업현장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하겠다.
올해 황금돼지해다. 돼지띠를 맞은 장관님의 새해 포부와 개인적인 소망은 무엇인가. 또 농식품부가 올해 사람중심의 농정개혁을 본격화하겠다고 했는데 올해 말 한국의 농업농촌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는 행운과 부를 상징하는 황금 돼지의 해인만큼 농업인과 국민 모두 '행복하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새해에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더불어 잘사는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이렇게 한해가 지나 올 연말이 되면 농업이 새로운 삶의 기회가 되고, 더불어 잘사는 삶의 공간, 안심하고 소비하는 먹거리 생산 체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올 연말에는 농업인들로부터 '따뜻한 농정'을 피부로 체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싶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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