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정부가 올해 약 3조원을 투입한 바이오산업을 전략적 육성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업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하고 있다. 최근 불붙은 업계 성과를 가속화하겠다는 정부 취지엔 반색하면서도 신약 개발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8일 제31회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를 열고 바이오산업에 총 2조93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올해 생명공학육성시행계획을 심의·의결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혁신신약과 의료기기 등 신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혁신기술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꾸준한 R&D 투자 노력을 기반으로 지난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역대 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4종)을 기록했고,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의 1조4000억원대 기술 수출을 비롯해 5조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가 신성장동력 가능성을 높이며 전년 대비 122% 증가한 바이오·의료분야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이끌어 냈다.
때문에 이번 정부의 육성 방안이 잠재력 폭발 직전인 국내 바이오 산업 성장세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업계는 다소 미지근한 반응이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정부의 바이오 산업 육성 의지 및 계획이 업계 체감도 낮은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외형적인 투자 확대보다는 산업 성장과 직결되는 원활한 신약 개발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통 제조업 대비 2배가량 높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가 신약 판매 수익에서 기인한 만큼 보수적 약가 정책과 빈약한 세제 혜택에 대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낮은 약가 책정 기준이 중장기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신약 개발보다는 당장 돈이 되는 복제약이나 도입 품목 판매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수출시 국내 약가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해외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복제약을 비롯한 대체재를 기준으로 산정된 약가가 향후 복제약 추가 등재 여부에 따라 재차 깎이는 구조 탓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신약 보험 약가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투자 규모도 최근 5년간 국산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이 연평균 37%씩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산업 성장폭 대비 많은 수준의 지원액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예산이 복지부와 과기부, 산업부, 환경부, 해수부 등 부처별로 산재돼 있는 점도 문제시 된다. 일관된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집중적 지원엔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내국인 간 거래는 기술 거래 시 소득세나 법인세를 50% 감면해주는 반면, 해외 기술수출 시 뒤따르는 혜택은 전무하다는 점 역시 업계의 해외진출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이 괄목할 만한 가치 제고 평가를 받는 것은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 기술력을 갖춰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보수적 약가나 전무한 세제 혜택 등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 중"이라며 "현 시점이 국산 의약품 경쟁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최적의 기회로 인식되는 만큼 신약 개발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동아에스티 연구원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동아에스티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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