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세부내용 공개 청구 항소심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를 향해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할머니들을 대신해 외교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및 소송을 진행 중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7일 재판부에 길 할머니의 자필 호소문을 제출하고, 그 내용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대신해 외교부를 상대로 '12. 28 위안부 합의' 관련 정보공개 소송을 진행중인 송기호 변호사가 7일 항소심 최종 변론기일 직후 서울중앙지법 별관 앞에서 길원옥 할머니의 자필 호소문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최서윤 기자
길 할머니는 호소문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위안부라고 불렸던 23명의 생존 할머니 중 한 사람입니다. 저의 고향은 평양이고, 저는 13살에 일본에 의해 끌려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 나이 이제 92살입니다. 저는 제가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히기를 원합니다”라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인 강제 연행을 인정했는지를 국민이 알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안타깝게도 할머니가 호소문을 작성한 지난달 20일 이후 곽예남 할머니의 별세로 현재 생존 피해자 할머니는 22명이 됐다. 이날 송 변호사와 함께 한 강경란 정의기억연대 팀장은 “길 할머니가 재판에 참석하려 했으나 다리가 좀 불편하셔서 거동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 변호사는 한일합의가 이뤄진 이듬해인 2016년 2월 외교부에 해당 내용 공개 청구를 했으나, 외교부는 ‘국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비공개 결정했다. 이에 당시 생존 피해 할머니 40명 중 21명과 변호사들 간 합의 하에 송 변호사가 대표로 정보비공개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할머니들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길 할머니도 원고 21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합의 당시 일본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강제연행’한 사실을 인정했는지 여부다. 해당 합의의 무효성을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12·28 합의가 유효하게 되면 할머니들이 제기한 민사 소송도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항소심 선고는 내달 18일 오전 10시에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가 진행한다.
1심은 2017년 1월 “위안부피해자 문제는 피해자 개인 및 역사적·사회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합의에 의해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면 피해자뿐만 아니라 국민은 일본정부가 어떤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와 그 합의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알 필요성이 크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국익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외교부가 항소했다.
쟁점과 관련해 아베 총리는 공개석상에서 “일본군위안부를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2015년 당시 한일 정부 간 위안부 문제 ‘합의’ 근거가 된, 일본정부의 지원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1월 여성가족부가 설립 허가를 취소해 해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길원옥 할머니의 손편지 사본. 사진/최서윤 기자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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