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불법고용, 대책없이 단속만···인력난 부르는 '외국인 쿼터'
필요 인력 못미치는 합법 외국인···내국인 쓰라지만 건설업 기피
2019-03-12 14:19:02 2019-03-12 14:19:02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외국인 단속에 나서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인력난부터 해결해 달라며 볼멘소리를 낸다. 합법적으로 외국인 고용이 가능하다록 허용 규모를 늘려달라는 게 그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 일자리 문제도 있어 정부는 미온적이다. 현장에선 건설업을 기피하는 국내 인력자원 문제를 거론하며 정책적 대안을 촉구하고 있다. 
 
12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불법 외국인 단속에 대해 현행 제도 문제를 지적하며 인력난을 호소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선 외국인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외국인은 주로 내국인이 기피하는 어렵고 힘든 공종에서 일한다. 현재의 건설업 외국인 허용 규모만으로는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체류 외국인이 건설업종에서 일하려면 방문취업(H-2)이나 비전문취업(E-9) 비자를 획득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방문취업자 규모를 30만3000명으로 설정했는데 그 중 건설업 취업등록제를 취득할 수 있는 외국인 수는 5만5000명이다. 방문취업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이 건설업종에서 일하려면 관련 취업교육을 받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비전문취업 비자로 입국해 건설업종에 취직할 수 있는 외국인은 허용 규모 5만8000명 중 2400명가량에 그친다. 합법적으로 건설업종에 취업할 수 있는 외국인은 최대 약 5만7400명 정도다.
 
그러나 이같은 합법 외국인 규모는 건설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 크기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 근로자 수요는 약 153만명이다. 그 중 내국인 공급은 139만명에 그친다.
 
약 14만명 정도가 추가로 필요한데 법의 테두리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외국인은 5만7400명 정도뿐이다. 8만~9만명 정도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불법 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단속만 강화할 게 아니라 건설현장에 허용하는 외국인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인력이 부족하고 청년층의 건설업 기피 현상도 겹치고 있다”라며 “외국인력을 합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 규모를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건설업종에 추가적인 외국인 배치는 어려워 보인다. 올해 건설업종에 배치되는 외국인 규모는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단속으로 인한 필요 인력의 감소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불분명하다”라고 언급했다. 건설업 허용 규모를 확대할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오히려 현장의 불법 외국인 단속에만 집중한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법무부와 경찰청 등이 합동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으로 불법외국인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건설현장 불법 외국인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건설업 불법 취업자 1회 적발 시 출국조치, 현장소장 등 책임자 처벌 강화 등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단속 강화 방침의 이유로 내국인 일자리 잠식을 지적한다. 그러나 전국건설노동조합도 외국인력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조합측은 불법 외국인력 수급으로 인한 내국인 일자리 잠식을 우려하면서도 “인력이 부족한 부분에 외국인을 투입하는 건 감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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