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제2벤처붐 확산'을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에 더해 도전을 응원하는 금융, 혁신을 장려하는 금융이 있어야 한다"면서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혁신금융' 비전을 선포했다. 특히 "향후 3년간 혁신·중소기업에 100조원의 신규자금이 공급되도록 할 것"이라며 기술창업 자금조달로 '제2벤처붐'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 참석했다. '기업과 금융이 함께 가는 새로운 길'이 슬로건이다. 문 대통령은 "혁신금융이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맥"이라며 "금융이라는 동맥이 잘 뚫려 있어야 혁신의 심장이 쉬지 않고 고동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괄담보제 도입 등 기업여신시스템 혁신 △코스닥 상장문호 확대 등 자본시장 혁신 △선제적 산업혁신 위한 정책금융 공급 확대 추진 등 '혁신금융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기업여신 심사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혁신 중소·중견기업에 향후 3년 동안 100조원의 자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각종 정책금융(초장기 정책자금 12조원, 유망서비스산업 60조원 지원 등)을 확대해 7만개 주력산업·서비스기업 사업재편을 지원하고 17만 명의 고용창출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또 코스닥 상장문턱을 미국 나스닥 수준으로 낮춰 3년간 바이오·4차 산업 분야 80개 기업 상장을 추진한다.
문 대통령의 이번 혁신비전 현장 발표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국내 금융권의 분발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여전히 부동산담보와 과거 실적 위주의 여신 관행이 혁신 창업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며 "담보가 충분한 대기업에 비해, 혁신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에게 금융의 문은 매우 좁다"면서 '금융의 양극화'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금융에 대해 '햇볕 날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 올 때 우산을 걷어간다'는 뼈아픈 비판이 있었다"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비 올 때 우산이 되는 따뜻한 금융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글로벌 기업들을 예로 들며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가치 보다 시장이 평가한 기업가치가 훨씬 크다. 기술력과 미래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도 부동산담보와 과거 실적이 아닌, 아이디어와 기술력 같은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금융권의 분발을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금융감독의 방식을 혁신 친화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금융회사가 혁신산업을 적극 지원하며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해당 임직원의 고의, 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면책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혁신금융이 지속적 동력을 갖도록 정부와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 상장사 등 혁신성장 주역 기업인들과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털(VC) 등 금융업계 종사자, 정당, 정부 주요 인사 등 110여 명이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에 앞서 기업은행의 기업금융 담당 현장직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금융지주 대표,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업과 금융이 함께 간다'는 의미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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