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노조위원장이 노조원의 부당인사처분을 의심해 인사책임자와의 면담을 요구한 행동으로 징계를 받았으나, 법원은 이를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징계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는 우정사업본부 내 A노조에서 위원장을 맡은 B씨가 “간부 면담을 요청하고 받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조합활동권이 노무지휘권과 시설관리권 등 사용자 권리를 침해한다거나 사용자의 권리와 충돌된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면담대기 등 행위는 쟁의행위가 아닌 조합활동에 해당하고, 그 정당성도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충돌되는 권리나 이익에 대한 형량을 통해 각 권리의 적정한 인정범위나 조합활동의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A씨 등은 노조 간부로 소속 조합원 C씨의 승급심사 등 근로조건과 대우에 관한 차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총괄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을뿐 사용자의 일반적 인사, 경영권 제한 및 구체적 승진심사에서 탈락한 조합원에 대한 인사 변경 등의 관철을 주장하지 않았다”고도 설명했다.
또 “A씨 등이 인사의 구체적 사유를 알기 어려운 지위에 있었고, 면담 이후 C씨에 대한 의심이 해소된 사정을 고려하면 면담 대기 행위는 근로자의 단결력 유지, 강화 또는 소수 노동조합에 대한 차별 여부 확인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면담 전 40분 여 동안 화물용 승강기 앞에 집결했던 것도 우편물류 이동을 저해했다고 볼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고도 판단했다.
끝으로 “이 사건의 노조와 우정사업본부의 다른 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처분 사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징계처분은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6년 같은 노조의 노조원 C씨보다 경력이 짧은 직원이 승진했음에도 C씨가 승진심사에서 탈락하자, 승급심사위원에게 탈락사유를 물었지만 “당사자가 아니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A씨는 7명의 노조원들과 승진심사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해산 명령을 받았으나 “일상적 조합활동에 해산을 요구할 수 없다”며 응하지 않았고, 결국 면담이 성사됐다.
그럼에도 A씨 등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되자, 2016년에 인사혁신처 소청위원회에 징계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구했고 다음해에는 법원에 징계처분취소소송을 청구했다. 그러나 모두 기각됐고 A씨 등은 지방노동위원회에 “징계처분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고 또다시 기각되자 같은 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신청을 했다. 이마저 기각됐지만 A씨는 또다시 법원에 재심판정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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