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정부가 20년만에 지역 균형발전을 더 고려하도록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를 개편하기로 하면서 광역시나 비수도권 사업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 방식을 달리하게 되면 수도권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역사업에 대한 경제성 검증 '문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숙원 사업이 하나 둘 예타 문턱을 넘을 경우 이번 조치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3일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방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대한 평가를 이원화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비수도권은 경제성 비중을 줄이되 지역균형 배점을 늘려 균형발전평가를 강화키로 한 것이다. 반면 수도권은 지역균형 항목을 아예 없애고, 경제성과 정책성으로만 평가한다. 기존보다 경제성을 더욱 엄격하게 따지되 역차별이 없도록 수도권 중에서 접경·도서·농산어촌 지역은 비수도권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예타는 세금을 300억원 이상 투입해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거나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할 때 사전에 사업성을 따져보는 제도다.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균형(25~35%) 등을 모두 고려한 종합평가 점수가 0.5를 넘으면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성 비중이 높은 여파로 지방은 예타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또 당초 예타 대상이었던 SOC 외에 복지사업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실현요구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1999년 제도도입 후 20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 것이다.
새로운 예타제도가 도입되면 부산, 광주 등 지방 광역도시가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5개 광역시 등 비수도권 36곳이 지역낙후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지역균형 평가에서 마이너스 배점을 받았는데 감점 제도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수도권은 경제성(60~70%)과 정책성(30~40%)만으로 평가하게 된다. 정부는 기존보다 경제성을 더욱 엄격하게 따지게 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예타 통과율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영진 기재부 타당성심사과장은 "대구, 대전, 광주, 부산 등 광역시가 지방의 거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면서도 예타 평가 때 불이익을 받는 모순이 있었다"며 "제도 개편으로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곳이 지방 거점 도시며 그 다음이 비수도권 기타 시·군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조사기간도 대폭 줄인다. 예타 조사기간의 장기화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작년에만 평균 19개월이 소요됐던 예타심사를 1년 이내로 단축한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도맡았던 조사기관을 한 곳 더 추가한다. 조세재정연구원이 복지를 중심으로 한 비정형사업 예타를 전담할 예정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예타 개편안에 대해 "이번 제도 개편 방향은 지역균형 및 사회적 가치 실현을 현행보다 중요하게 반영하고, 복지·소득이전 사업 평가 방식을 적극적 대안 제시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개편안은 당장 내달부터 시행됨에 따라 올 상반기 선정된 예타 조사 대상 사업과 예타 조사가 진행 중인 사업에 개편 평가 방식을 적용한다. 지난달말 기준 예타 선정 사업은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사업, 제2경인선 광역철도 건설사업, 경전선 전철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등 총 12개다. 예타가 진행 중인 사업은 40여개로 여기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사업도 포함된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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