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시조합장선거 앞둔 선심성 농산물 수매...처분은 속수무책
예년대비 700여톤 평소보다 500원 비싸게 추가수매...저장 장기화로 수천 가마 손실 불보듯
2019-04-08 04:02:49 2019-04-08 04:02:57
[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충남 부여의 규암농협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밤 2677톤이라는 방대한 양을 수매했지만 1200톤이 아직도 쌓여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염두에 두고 예년보다 높은 가격에 많은 양을 수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여기에 저온저장 장기화에 따라 막대한 추가손실이 예상되고 있지만 농협 측은 ‘내부사안’이라며 세부 자료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규암농협은 지난해 9월 3일부터 10월 11일까지 67억3200여만 원을 들여 햇밤 2506톤을 수매했다. 이어 지난 1월 23일에도 170톤(4억여원)을 추가로 수매했고, 총 수매비용 약 71억 원이 들어간 2677톤이라는 분량이 된다. 
 
하지만 현재 규암농협 저온저장시설에는 햇밤 1200톤이 남았다. 시세가 급락하면서 처분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앞으로 저장기간이 길어질 경우 썩거나 싹이 나서 폐기처분을 해야 하는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규암농협은 2018년 수매 금액 중 9월 9일에는 ‘특’을 기준으로 3,700원에 책정했다. 10월 8일에는 3,000원까지 떨어졌다. 추가 수매기간에는 2800원으로 책정했다.
 
예년에는 2000톤을 수매해 이마저도 며칠 사이에 1500톤을 즉시 처분하고 500톤만 다음 해 추석 전까지 보관하면서 유통을 해왔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을 수매했고, 추가 수매분량이 그대로 남아버린 것.
 
농협이 이렇게 무리한 금액에, 많은 양을 수매한 것은 3·13 전국조합장 선거를 앞둔 선심성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지역사회에 일었었다.
 
규암농협관계자는 의혹에 대해 “수매금액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공주 ‘조생종’ 품종의 수매단가를 기준으로 청양과 부여농협들이 함께 책정을 한 것”이라며 “작년에 고온이 지속돼 생산량이 낮을 것이라 예측해 단가를 높게 측정했으나 중간에 비가 내리면서 작황이 좋아졌을 뿐”이라고 대량수매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추가 수매의 경우 우리뿐 아니라 공주도 재고가 많아 한 번에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시세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구매처와 구매 약속을 한 후 수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매년 사업계획서에 2000톤을 수매한다는 가정을 세웠을 때 1500톤은 수매 후 바로 판매를 하고, 500톤은 이월을 시키고, 햇밤이 나올 때 까지 판매를 하는 것이지만 작년에는 작황 예측이 어긋나 수매량이 많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저온저장고에 있는 밤의 손실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밤을 재배하는 한 농민은 “5월이면 싹이 나 절반은 버려야 할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미 수매한 물량 중 8~10% 가량의 손실이 발생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상황이다. 농협 관계자는 “3월 기준 손실률이 8~10%정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농협 측에 월별 수매 내역과 월별 손실율을 요청했으나 수차례에 걸쳐 자료 공개를 하겠다며 미뤄오더니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 관계자는 “상임이사와 조합장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더니 결국엔 “내부 자료라 더 이상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공개를 거부했다.
 
농협 관계자의 발언을 토대로 손실률을 따져보면 전체 매입량 대비 10%는 40kg 7000가마 수준이다. 현재 재고량인 1200톤으로 10%를 가정한다고 해도 3000가마에 달한다. 저온저장으로 인해 수분이 빠지고, 일부 썩는 등의 손실로 보기에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양이다.
 
최근 부여 인근지역의 한 농협에서 손실을 핑계로 농산물을 빼돌리던 직원들이 검찰에 고발된 일도 벌어져 지역 민심은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은 1200톤의 밤을 모두 판매를 한다 해도 현재 가락시장 등에서 1자루 40kg로 구매할 경우 kg당 단가는 지난 달 기준 2000~2500원이다. 망에 골라 넣어 판매하는 작업의 경우 2700~2900원 정도로 비교적 손실을 줄일 수도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그간 이용한 저온창고나 인력 등을 계산했을 때 손해는 불 보듯 뻔하다.
 
농협관계자는 “현재 대형유통 판매처와 밤 판매 촉진을 위한 스펙과 단가를 따져 제출할 계획이고, 직원들도 위기의식을 갖고 판매하려 한다”며 “3대 대형유통 이외의 중형마트도 다방면으로 유통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규암농협 정동현 신임 조합장은 “전국 5대 상인과 미팅을 잡고 처분을 고심했으나 1명에게만 연락이 왔다”면서 “재고물량 처분을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기다려봐 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생산된 햇밤 중 1200톤 가량이 규암농협이 운영하는 은산면의 저온저장창고에 쌓여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부여=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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